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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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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0회 작성일 24-09-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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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마검후(魔劍后). (1)

마검후(魔劍后), (1)

구양천이 사천으로 마차를 타고 출발하던 당일 아침.

위설아는 다른 시종들과 함께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집안일에 위설아는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빨래와 청소를 즐기며 덜렁거리는 성격에 비해 생각보다 훨씬 청소를 꼼꼼히 한다며 시종들에게 이쁨을 받았지만….

요리는 좀 많이 못 하는 것 같았다.

‘...설, 설아야 칼을 그렇게 잡으면 안…!’

-쾅!

‘빨리 말려! 저러다 설아 손 잘려!!’

‘세상에 도마가 잘렸어!!’

‘불!! 불부터 꺼야 해!! 개동이 오빠 물 떠와요. 물!!’

‘안되에에에에 감자가 까매져어어!!!’

사용인들 사이에서 이쁨받던 위설아가 벽에서 한 식경 가까이 손 들고 있던 사건은 사용인들 사이에서 유명하게 퍼져있었다.

그 덕에 시종들 사이에, 위설아에게 절대 요리를 시키지 말라는 금지령까지 떨어졌다.

위설아는 그 탓에 한동안 시무룩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좀 더 크게 되면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는 말에 다시금 기운을 얻었다.

“설아야 빨랫감 좀 가져다줄래?”

“네에!”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였다. 일과의 시작은 청소와 빨래였다.

모아놓은 빨랫감을 힘껏 들고 다시 돌아가는데 처소 밖에 마차가 보인다. 전에 구룡회에 갈 때 탔던 마차였다.

‘뭐지…?’

심지어 뒤에 마차가 한 대 더 있는 것이 어디 멀리 가는 것 같았다.

위설아는 총총 걸어 돌아와 다른 시종에게 물었다.

“홍와 언니, 저 마차는 뭐에요?”

“응? 아, 이번에 도련님께서 사천으로 간다나 봐.”

“으응…? 도련님 어디 간대요?”

“응, 그래서 급하게 이 장로님께서 마차를 준비하셨다던데?”

“어? 설아야 뭐 전해 들은 거 없니? 왜 아무도 전속 시종한테 말을 안 했을까….”

“아직 설아가 어리고 일 배운지 얼마 안 됐으니까, 한 달 가까이 가는 건데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 하, 한 달요…?”

한 달…? 한 달이나?

위설아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린다.

한 달이나 도련님이 없다고…?

아니, 그럴 수 있지 않나…?

위설아는 자신의 가슴이 왜 이렇게 답답한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언, 언제 간대요?”

“아마, 도련님께서 기침하시면 바로 출발한다 했으니까, 조금 있으면 출발하지 않을까?”

시종의 말이 맞다면 조금 있으면 구양천이 일어날 시간이었다.

위설아는 거대한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으로 멈춰버린다.

와중에 시종이 그 모습이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아야 빨래 다 하면 이따 언니랑 창고 가서 식자재 좀 같이 옮길까?”

“네…….”

“약과 먹을래?”

“네…!”

빨래를 빨고 모두 넌 뒤에 위설아는 시종들과 함께 식자재를 짐마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길게 가는 건데.”

“중간마다 들러서 사가고 그러지 않을까?”

“으으…. 도련님과 한 달이라니 괜찮을까 모르겠어.”

“그래도 설아가 들어온 뒤로 도련님도 약간 순해지신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

“...그건 그래, 저번에 청소하다 도련님 어깨를 살짝 툭 쳤는데 ‘괜찮나?’라고 하셨어.”

“세상에 스친 것도 아니고 쳤는데, 뺨을 안 맞았어?”

“그러니까 말이야! 나 요즘 일 하는 게 너무 편해…. 나,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걸까?”

쓸데없는 잡담과 함께 일 하다 보니 어느덧 마차 안에 식자재들로 가득 채워졌다.

위설아는 문득 시종들에게 물었다.

“언니 그럼 이 마차도 도련님이랑 같이 가는 거예요?”

“그렇지? 이제 입을 옷들을 챙기면….”

“홍와야! 이 장로님께서 오셨데!”

“어, 어! 지금 갈게! 설아야 얼른 가자.”

“네…!”

시종이 후다닥 뛰어가기에 위설아도 곧바로 따라 뛰려 했다.

[기다려.]

위설아가 들려온 목소리에 멈칫했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열심히 두리번거리지만 위설아 주위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 누구세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위설아는 혹시 짐마차 안에서 말한 건가 싶어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낑낑거리며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식자재들로 꽉 차 있는 내부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공간은 있으나, 역시 그조차 비어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위설아가 다시 마차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위설아를 툭 밀쳤다.

“으갹!”

밀쳐진 위설아는 비어있는 공간에 쏙 하고 들어갔다. ‘아야야.’ 무릎부터 넘어진 듯 끙끙 앓는다.

휙 하고 뒤돌아봤지만 보이는 것은 당근뿐. 여전히 사람은 없었다.

위설아는 반복된 이상한 상황에 두려워 빨리 마차에서 나가고 싶었으나.

“그럼 언제 출발하면 됩니까?”

밖에서 구양천과 이장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득 위설아는 여기에 가만히 있으면 사천까지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바꼭질은 자신 있었다.

뭐든 잘 찾아내는 할아버지도 자신과 숨바꼭질만 하면 못 찾아서 계속 헤맬 정도였으니.

‘그…. 그냥 있을까?’

나쁜 마음이 들었으나, 그러나 위설아는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금방 고갤 저었다.

할아버지에게 말하지 않고 가는 것도 무서웠고.

할아버지가 없는 한 달도 무서웠다.

얌전히 기다리면, 도련님은 돌아온다. 위설아는 그렇게 마음먹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기다려.]

“...!”

위설아는 목소리의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아까의 그 목소리였다.

‘누, 누구세요.’

역시나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였으나, 위설아는 떠올릴 수 없었다.

“거! 노부가 다 알아서 했느니라. 자 출발!”

“아니 뭐 이딴 출발이 다 있…!”

히이이잉!

“힉!”

머뭇거리는 사이 말 울음소리가 들리며 마차가 출발해버렸다.

위설아는 어찌할 줄 몰라하며 당황하지만, 이미 세가에서 마차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어….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안절부절못하는 위설아의 머리에 누군가가 쓰다듬어주는 감촉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손길이다.

비명을 질러도 모자랄 판에 위설아는 손길에 이상하게 잠이 솔솔 쏟아졌다.

눈꺼풀이 점점 닫혀오는 와중에 흐릿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잘 부탁해.]

위설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눈앞에 당근이 한가득한 밤중이었다.

“그니까, 그래서.”

변명을 다 들은 구양천이 위설아에게 물었다.

“귀신한테 홀려서 마차에 타버렸다. 내 탓은 아니니 봐달라?”

“네! 맞아요!”

“그 당근은 뭔데.”

“...배가 고픈데…. 보이는 게 당근밖에 없어서.”

하아.

구양천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리자 위설아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말을 다 들은 구양천이 조용히 밤 주먹을 쥐었다.

“...그게 그니까.”

“넹…?”

“말이 되겠냐고 말이!”

구양천의 밤 주먹이 위설아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으약!!”

******************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을까.

정수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낑낑거리는 사고뭉치가 눈에 들어온다.

얘를 진짜 어쩌면 좋지?

대체 어떻게 숨어들었을까.

아무리 급하게 출발했다 한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천외천이 가진 힘이 얼마나 뛰어난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세가 하나쯤 지우는 게 일도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검존의 속마음이 어떤지 모르나, 검존의 감각을 예상하자면 이미 세가 전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위설아가 마차를 탔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실인가?

“아프어어어….”

“아프라고 때린 거야 이 녀석아.”

말을 하지 않고 온 것도 있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었다.

나라고 다짜고짜 마차에 집어넣고 출발시킬 줄 알았나.

“어쩌려고 따라왔어 도대체.”

“따라오려던 건 아니고…. 정말 귀신이….”

또다시 귀신 얘기에 한 번 더 땅콩을 먹이려니 위설아가 머릴 감싼다.

“죄송해요…!!”

그 모습에 내가 다시 손을 내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돌려보내야 할까.

마차를 되돌릴 수는 없다. 안 그래도 시간이 촉박한데 이걸 위해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호위 한 명을 떼서 붙여줘야 하나…?”

마차로 반나절 꼬박 달려온 거리기에 걸어가면 늦더라도 며칠이면 도착할 것이다.

다만 며칠이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보낼 수도 없는 노릇.

위설아를 그렇게 보내기엔 또 불안하단 말이었다.

내 표정이 오묘했는지 위설아가 급하게 옷자락을 잡는다.

“같, 같이 가면 안 돼요…? 저 일 잘할 수 있어요! 열심히 할게요 같이 데려가 주세요. 도련님….”

“길게 다녀와야 하는 거야, 위 노야가 걱정하실 거라고.”

“할아버지가 도련님 말 잘 듣고 열심히 하면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그랬어요!”

아니 일단 중요한 게 내 말을 안 듣고 있잖아. 니가 지금….

“다른 시종들도 너까지 돌보려면 귀찮….”

말을 꺼내며 다른 이들을 보는데 눈빛이 이상했다. 뭐랄까.

‘힘내 설아야 좀 더 졸라!’

‘다행이다…. 설아라도 있으면 좀 안심이지!’

대충 이런 눈빛이었다. 이거 지금 내가 악당인 거지? 그런 거야?

복잡한 상황에 얼굴을 쓸어내렸다.

뭐가 항상 이렇게 꼬일까, 참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너 대체 왜 따라온 거야?”

위설아는 내 질문에 머뭇거리다 답한다.

“도련님이 없으니까 불안해요. 가슴이 막 답답하고 그래요…. 저 좀 데려가 주면 안 돼요?”

위설아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위설아의 말에 가슴 쪽이 간질간질했다.

근데 그것과 별개로 어째서 위설아가 내게 이러는 건지 의문이었다.

이번생에 접점이라곤 굳이 찾자면 저잣거리에서 약과를 준 것뿐이다.

위설아에게 필요 이상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도 노력했다.

근데 어째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였다. 분명 연정은 아닐 것이다.

혹시 만약 그렇다고 해도 어린아이의 치기겠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생각해야 했다.

위설아가 집 잃은 고양이처럼 처량한 얼굴로 날 붙잡는다.

점점 울먹거리는 눈망울이 눈에 보인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다시 돌려보내야 했다.

사천에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이 녀석을 데려가. 백 번 생각해도 불안한 일이었다.

호위를 둘 붙이던 세가에서 사람을 불러오던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항상 위설아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 이러려고 회귀한 게 아니지 암.

확고한 마음을 담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고 치면 바로 돌려보낼 줄 알아.”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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