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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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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2회 작성일 24-09-2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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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네가 또 왜 여기서 나와...? (2)

네가 또 왜 여기서 나와...? (2)

“좀 쉬다 와라. 그러다 죽는다 너.”

무연이 처음 호위부에 들어가기 전 대주에게 들었던 말이다.

무연은 기억을 잊고자 밤낮으로 검을 휘둘렀다. 얄궂은 것이 그렇게 한들 기억은 제자리에 있었다.

무인에게 심(心)을 담지 않은 무예란 그저 하나의 동작일 뿐이다.

무연이 휘두르는 검 또한 그랬다.

검에 담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휘두를 뿐이다. 그렇기에 백 번 천 번을 휘둘러도 무연의 무위는 기억과 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

구선문이 낳은 기재, 문주의 손자인 구절엽을 제외한다면 재능으로만 봤을 때 무연은 분명 천재였다.

많은 이들이 재능이 허한다면 구선문 역사상 최연소 절정 무인이 탄생할 거라 말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다 보잘것없는 얘기였다.

일류 무인이란 호칭에 그리 들떴을까.

무연은 스스로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무얼 품었기에 자신은 여기까지 온 걸까.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아직도 제발 살려달라며 소리를 지르던 검대원들이 기억에 사무친다.

나는 뭘 위해 검을 들었던 거지. 검대는 지키는 검이다.

나는 지키지 못했다.

그럼 나는 무엇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반폐인처럼 살다 대주에게 명이 떨어졌다.

“당장 너 정도의 무인을 그냥 쉬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야, 적당히 보낼 수 있는 게 여기밖에 없다. 가서 좀 쉬어라.”

그렇게 소속된 곳은 다름 아닌 호위대. 구가의 혈족을 지키는 명예스러운 곳이라 하지만, 무연이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

“구가의 혈족이 행하는 행동을 모두 보고하라.”

호위대에 배속되자마자 받은 명령이다.

누구에게 어째서? 이게 과연 그들을 지키는 일인가.

무연이 보기엔 호위가 아니라 감시였다.

하지만 의문을 표하진 않았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무연은 확신하지 못했다.

이어 무연의 호위대상이 정해졌다.

가주의 네 자식 중 셋째, 가주의 유일한 아들인 구양천이었다.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구가의 혈족이 모두 그렇지만, 유독 날카로운 눈과 삐죽인 입에서 심술이 돋보인다.

몇 번 대화를 섞어보진 않았으나 철없는 성정은 물론이고 일단 싸가지가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련님.’

‘호위야?’

‘예, 무연이라고 합니다.’

‘아, 여자로 해달라니까 일들 존나 못하네 진짜.’

‘예…?’

‘말 걸지마 짜증 나니까. 저기 구석에나 가 있어 내 눈에 띄지 말고.’

...오죽하면 인수인계를 해주던 선배 검대원이 내 손에 약과를 쥐여줬을까.

‘이게 뭡니까?’

‘성질부리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이거나 하나씩 도련님 손에 쥐여 드려, 그러면 좀 나을 거다.’

당시 검대 선배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은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설마 대주의 뜻이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연은 구양천과 보낸 일주일 덕에 검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육체적으로는 편할지 모르나, 정신적으로 다른 의미에서 힘든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연은 이장로가 구양천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구양천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저잣거리로 도망쳐 나갔다.

붙잡아야 했을까? 무연의 고민은 짧았다. 무연은 이장로의 호통보다 구양천의 지랄이 더 겁이 났다.

도살장에 끌려가듯 끌려간 저잣거리에서 무연은 조용히 구양천을 지켜봤다.

거기서 구양천은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본다.

‘....’

조용히 무심하다.

가끔씩 저 소년의 눈이 그랬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지랄 맞은 성정에도 구양천에게 툭툭 튀어나오는 감정이 보인다.

무연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질리도록 느끼는 감정이었으니까.

저건 분명 ‘체념’이다.

구양천은 다 포기해버린 눈동자를 품고 있다. 귀한 혈통의 가주가 되길 반쯤 확실시된 입장에 소년은 무엇을 포기했을까.

무연은 저 소년이 어찌 가시를 두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정확히는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겐 그럴 여력이 없었으니까.

그러다 찰나였다.

구양천의 주위를 두르고 있던 공기가 바뀐 것이.

뭐라고 해야 할까. 무연은 자신도 모르게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검대로 활동할 당시에도 감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무연이다.

무연은 급히 내기를 펼쳐 주위를 살펴 확인하지만 살기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이 진득진득하고 귀기 어린 느낌은 대체 뭘까. 등에 오싹한 기운에 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그 서늘한 감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쟈 머글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구양천의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품에 감자가 잔뜩 들어있는 바구니를 안고 나타났다.

순간 주위를 감싸던 기운이 사라졌다. 혹시 저 아이가 이 기운의 범인인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무연은 언제라도 뽑을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구양천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구양천은 놀랍게도 아이가 건넨 감자를 먹고 있었다. 입이 짧아 항상 밥상을 엎던…. 아무튼 입이 짧던 구양천이 감자를 먹는다니.

아이를 살펴보니 더 문제였다. 입고 있는 옷은 다 해져있고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옷도 한 번 입고 버리길 반복하던 구양천이 저걸 보고 언제 난리를 피울지 몰랐다.

아이를 빨리 보내야 했다.

“지금 감히….”

“약과 있어?”

“예?”

“약과 있냐고.”

작전은 실패했다. 구양천이 말을 끊은 탓이었다.

근데 대뜸 약과를 찾다니? 무연은 차마 아까 네가 오는 길에 다 처 드셨잖아요. 라는 말을 하진 못했다.

품을 뒤적이니 다행히 약과가 하나 남아있었다.

호위가 약과나 챙겨 다니다니 이러려고 무공을 배운 건가…. 살짝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구양천은 무연이 건넨 약과를 받았다.

그걸로 감자로 버린 입맛을 약과로 닦으려나 했더니.

“이거 먹을래?”

앞에 있는 아이에게 건넸다.

‘..뭐지?’

당연히 약과를 먹고 거친 말을 하며 아이에게 모욕을 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본 구양천은 그런 사람이었다.

뭔가 달라졌는데, 뭐가 달라졌을까.

심지어 더 주고 싶지만 이젠 없다며 사과까지 한다. 무연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일 해가 어디에서 뜨는지 봐야겠어.’

서쪽인지 동쪽인지 남쪽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얼마 안 가 약과를 받아 좋아하던 아이는 이어 나타난 노인과 함께 사라졌다.

신기한 건 바로 얼마 뒤에 저잣거리에서 만났던 그 소녀와 노인이 구양천의 처소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날이 분명 기점이었다. 구양천이 달라진 게.

구양천이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수련하는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꽤 높은 강도로 육체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본 것도 몇 번 있을 지경이다.

사용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잘 대해준다는 게 아니다. 완전히 무관심해졌다.

열심히 하던지 실수를 하던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용인들은 이에 전보다 천국이라며 좋아했다.

무수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과연 달라진 걸까…?’

무연은 구양천이 가끔 품던 눈을 기억한다. 그 눈빛이 계속 신경 쓰였다.

무언가 숨기고 사는 듯한 모습이다. 고작 열 살 중반의 아이가 숨겨봐야 뭘 숨기겠나 하면서도.

‘달라진 게 아니라, 드러낸 게 아닐까.’

무얼 위해?

무연은 그것까진 알 수 없었다.

구양천과 함께 다시 저잣거리로 나온 날. 구양천은 무려 골목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운영하던 하오문을 찾았다.

정파의 자제가 어찌 사파와 관련을 지는가. 하물며 이곳의 위치는 어떻게 알았는지.

전부 이해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였다.

심지어 구양천의 입에선 하오문주의 얘기가 튀어나왔다.

자신도 깜짝 놀라 하마터면 검을 출수하는 게 늦을뻔했다.

하오문도의 검은 예상보다 빨랐다.

구양천은 쏟아지는 검날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문득 대주가 술만 마시면 꺼내던 얘기가 스쳐 갔다.

‘구가는 생각보다 밝은 곳이 아니다 뭘 보던지 깊이 들어가지 말라.’

이를 떠올린 무연의 생각이 복잡했다.

하오문에서 빠져나온 뒤 구양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약과를 잔뜩 샀다.

심지어 그것도 자신의 돈으로…. 그 돈은 아직도 받지 못했다.

세가로 돌아온 뒤 구양천은 이 일은 혈족의 일이니 비밀로 해달라 청했다. 무연 또한 그리하겠다 답했다.

하지만 뒤에선 결국 보고를 해야 했다.

호위대로 복귀하고 보고를 위해 글을 작성하던 무연은 멈칫거리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적으면 된다. 자기 일이 그것이었다. 왜 이걸 못 적는 걸까.

답을 찾자면 결국 감이었다. 자신의 감이 이건 안 적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도대체 왤까. 뭐가 문제길래 이러는 걸까. 생각이 계속 복잡했다.

결국, 갈피를 못 잡던 무연은 하오문에 갔다는 얘기만 적고 하오문주에 관해선 적지 못했다.

답답한 밤이다.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다지도 갑갑한 것이었다.

문득 무연은 검을 휘두르고 싶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 검을 잡았다.

몇 달 만일까. 검을 휘두르고 싶다고 느낀 것이, 미묘한 것은 잊고자 휘둘렀을 때와는 다른 감각이라는 점이다.

나는 무엇인가.

구양천은 누구인가.

구가란 무엇인가.

답이 없는 물음을 검에 담으니 되려 검이 답을 해줬다.

그날 무연은 몇 달 만의 무공의 성취를 얻었다.

그게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구양천의 처소를 빗자루로 쓸던 노인에게 신이나 떠들기까지 했다.

안개 낀 듯 먹먹하던 머릿속이 좀 걷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이 정도라면 다시 검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또한 어찌 보면 구양천의 덕이리라.

무연은 자신이 품은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음에도 묻지 않던 구양천이 고마웠다.

그러니 자신도 구양천이 품었을 일을 말하거나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왜 망나니의 탈을 쓰다 이제 와 벗어던졌는지. 구양천이 가지고 있는 구가의 비밀이 무엇인지 감히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검대로 복귀를 위한 신청을 넣으려는데.

“...사천이요?”

사천으로 가란다.

....제가 왜요?

******************

“당병전회(唐兵展會) 말입니까?”

이장로가 가출이라는 말 같잖은 방법을 내뱉고 하루가 지났다.

가출이 말이나 되냐고 따지니 이장로가 아쉽다는 표정을 쓱 짓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다녀온 것이다.

그렇게 가져온 것이 당병전회 참석이었다.

“매년 초청이 오기는 하는데 굳이 갈만한 것은 아니었다.”

당병전회는 당문에서 각 세가별로 초청하는 회중 하나였는데.

철의 세가 답게 당문에서 장인이 만든 병기구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시회였다.

“그게 지금 열리던가…?”

한 번인가…. 전생에 소가주의 이름을 달고 딱 한 번 참석해본 경험이 있었다.

멋들어진 무기들이 주르륵 널려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앞으로 보름 뒤에 열릴 테니 지금부터 출발하면 딱 맞겠구나.”

시간으로 보자면 거리가 있으니 아슬아슬했다. 그 짧은 틈에 사천의 금천연가까지 찾아볼 수 있을까.

“근데 어떻게 허락을 받아오셨답니까.”

참석했던 이유도 사실상 소가주가 되었으니 당문의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혈족이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비운다는데 허락을 했다는 게 신기했다. 구가는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도 내가 소가주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장로가 껄껄 웃는다.

“그냥 가주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까지 하신 겁니까?”

대체 어떤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였기에 일이 이리도 쉽게 풀리는 걸까.

솔직히 적당히 표행이나 어디 가는 마차에 넣어주지 않으려나 했다.

아무렴 가출보단 나을 테니…. 아니 이게 가출인가?

순간 이장로랑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저 곰 같은 노인네보다야….’

암! 그렇고말고.

“약속했으니까 별수 있나, 그리고 양천아.”

“예.”

“네가 무슨 연유로 사천 땅을 밟고자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너는 엄연히 구가의 혈족이다. 항상 그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바른 행동을 유지하거라.”

“....”

풀어 말하면 사고 치지 말라는 얘기였다.

나는 이장로에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가 했다면 정말 멋있고 자부심 넘치는 말이었겠지만.

이장로가 사고 치지 말라고 하니까 정말 현실성 없어 보였다.

“그 표정은 무어냐? 노부가 잘못하다간 꿀밤을 때리고 싶어질 것 같구나.”

“...너무 멋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어찌 되었든 잘된 일이다. 만약 사천에 도착해 금천연가의 비고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때가 되면 다른 방법을 써서 적어도 계천문이 얻는 일은 없도록 하고 싶었다.

“그럼 언제 출발하면 됩니까?”

“뭘 언제 출발하느냐 지금 가야지.”

“잘 못 들었습니다…?”

이 인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준비를 하나도 안 했는데 어떻게 당장 떠날 수 있….

“시종을 시켜 짐을 꾸려놓으라 했으나 지금 가면 될 것이다.”

쓸데없이 준비성도 빠르셨네….

“제 의견은 어디 갔습니까?”

“네가 가고 싶어 하길래 노부가 금방 준비했지.”

“금방이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왔다 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빨리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참 그랬다.

저 멀리서 무연이 오는 게 보인다. 무연은 뭔가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이었다.

저놈은 또 왜 저러는 거지.

상황을 판단할 겨를 없이 떠밀리듯 이장로에게 떠밀리듯 마차 쪽으로 가게 됐다.

인원은 무연을 포함한 호위 몇몇과 시종 둘이었다. 그 안에 위설아는 없었다.

전속시종이라 혹시 여기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다.

‘근데 말없이 가야 하나? 서운해할 것 같은데.’

거의 한 달 가까이 비우는 것이다. 물론 두고 가는 것인 마음은 편할 터이나 인사를 할 틈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대로 가도 됩니까? 하다못해 총관에게라도 말을 하고 가야….”

“거! 노부가 다 알아서 했느니라. 자 출발!”

거의 반쯤 욱여넣듯 꾹꾹 누르더니 그대로 문이 닫힌다.

“아니 뭐 이딴 출발이 다 있…!”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바로 마부가 움직인 탓이었다.

정말 그대로 마차가 세가를 떠나 움직였다.

******************

마차가 떠난 뒤 이장로는 뒷짐을 지고 있던 팔을 풀었다. 이어 뒤돌아 구양천의 처소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 얘기를 해봅시다. 선배.”

아무도 없었던 구양천의 처소엔 어느덧 검존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항상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검존의 눈에는 서늘함만 남아있었다.

“무엇을 말이냐.”

“굳이 구태여 가주가 내게 그런 부탁을 한 연유에 대한 거요.”

이장로가 검존의 맞은편에 앉았다. 거대한 이장로와 왜소한 검존이 비교됐다.

어찌 보면 이장로가 가볍게 짓누를 수 있는 체격 차지만 이장로는 알고 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저 작은 육체 속에는 하늘을 품고 있다. 검존(儉尊)은 별호와 다르게 이미 검이 필요하지 않을 경지로 오른 이었다.

“선배가 중원을 뒤집어가며 의선을 찾는 이유. 나는 그게 궁금하오.”

검존은 이장로를 마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보며 이장로가 한숨을 쉬었다.

대답해주지 않을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걸 물어보겠소.”

이장로는 목이 마르는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천천히 차를 삼킨 뒤 입을 열었다.

“선배의 손녀, 그 아이 대체 뭐요.”

검존의 차가운 눈빛이 이장로를 향했다.

“그 아이.”

이장로는 검존의 두 눈을 마주했다.

“사람이 맞긴 한 거요?”

이장로의 말에 검존의 내기가 폭풍이 휘몰아치듯 방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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