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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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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3회 작성일 24-09-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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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네가 또 왜 여기서 나와...? (1)

네가 또 왜 여기서 나와...? (1)

산서의 구선문(俱先門).

구가의 장로이자 호협의 백부인 구창준이 문주로 있는 구가의 속가문이다.

산서의 수호자가 구가라면, 구선문을 부르는 다른 말은 바로 구가의 검이었다.

이는 구선문의 문인들의 대다수가 구가의 검대로 소속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구룡전같이 외인을 모집해 검대로 뽑는 방식도 있으나.

구가의 검대는 구선문에서 올라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짜악

방 전체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절엽의 고개가 옆으로 휙 하고 넘어갔다.

주륵.

구절엽의 입가에서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곧이어 구절엽에게 싸늘한 일갈이 떨어진다.

“무능한 놈.”

“....죄송합니다.”

“고작 그런 놈 하나를 잡지 못해 나를 물 먹였느냐.”

이 말은 구절엽으로선 나름 억울한 일이었다.

자신도 구양천이 그런 힘을 숨기고 있을 줄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구창준의 일갈에 구절엽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멍청한 놈…. 고작 시종에게 눈이 팔려서 실수를 해!?”

짜악! 짜악!

구창준의 손에 구절엽의 고개가 휙휙 돌아갔다. 구절엽은 그저 구창준의 손을 묵묵히 감내했다.

“왜 그리하였느냐?”

이유를 묻는 말에 구절엽은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허나 싸늘히 보는 구창준의 눈빛에 구절엽은 결국 꾹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시종에 잠시 눈길이 쏠린 것은 맞으나 구양천의 실력은 진짜였습니다. 저는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구절엽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꽉 쥐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무시하고 천대하던 구양천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하지만 구절엽은 무(武)에 진심이었다.

자신이 본 구양천의 움직임은 진짜였다. 허튼 우연도 자신의 방심도 아닌 그저 실력이었다.

몇 합을 나눴을까 고작 3합? 4합? 우습게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구양천보다 무공도 육체도 구절엽이 더 뛰어났으나.

결국, 이길 수는 없었다.

구절엽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감추려 이를 꽉 깨물었다.

“허면.”

구창준이 말했다.

“어디 하나라도 부서져서 오지 그랬느냐?”

“...조부님?”

“이곳은 엄연히 구선문이다. 호칭을 바로 하여라.”

“죄송합니다…. 문주님.”

구창준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구창준은 구절엽의 몸을 살펴보다 말했다.

“깔끔하구나. 어디 하나 내상도 외상도 없게. 뭐 하나 흠집을 잡을 수 없도록 말이다.”

딱 대련을 통해 남았을 법한 잔상처뿐이다.

구절엽의 얼굴에 남은 외상은 격통은 컸으나 상처는 남지 않았다.

구절엽은 명치를 파고들던 구양천의 주먹에 한참을 꺽꺽거렸지만, 이 또한 내상은 없었다.

딱 몸에 두르던 심법을 해제시키고 내기를 풀어버릴 정도로만 조절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도 고통은 주는.

‘사파인들이 고문할 때나 쓸 법한 기술이다.’

구창준은 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지켜보던 이의 말에 따르면 구양천이 구절엽에게 뭔가 하려던 순간 이장로가 막아섰다 했다.

‘구륜…. 또 방해하는구나.’

무엇이 그리도 불만일까.

이장로는 항상 그랬다.

어떻게든 구양천을 잡아다가 훈련을 시키려 들었고, 장로로서 일은 뒤로한 채 소가주 만들기에 힘을 쓰고 있었다.

구창준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천한 핏줄에 가주의 피가 섞였다고 가주의 자리에 앉는 것도.

재능도 성정도 볼품없는 이가 가주에 앉는 것도 말이다.

아니, 이제는 핏줄과 성정뿐인가?

-쯧

구창준의 혀 차는 소리에 구절엽이 몸을 짧게 떨었다.

“엇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양천은 구절엽을 통해 말을 전했다. 한 번 더 이러면 가주가 되고 싶어질지 모른다고.

‘감히.’

구창준은 그 말을 전해 듣고 몸속에 올라오는 화를 참아야 했다.

자신의 야심을 알고도 가주가 함부로 구창준에게 손을 뻗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구선문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산서의 주인은 구가이나 구가의 검은 구선문이다.

칼 없는 검수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현 가주는 강하다. 이제 불혹에 들어섰을 호협은 무인으로 치면 전성기일 나이였다.

허나 무인인 호협과 가주인 구철운은 다른 말이다.

그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구창준 또한 함부로 큰일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도 구가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한데 가진 것이라곤 반쪽짜리 핏줄뿐인 애송이가, 자신에게 경고를?

“어찌해야 할까.”

구창준은 구절엽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자, 핏줄임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참 재능있는 아이다.

감히, 제일 후기지수라는 검봉과 비교하는 이유도 그러했다.

구창준의 죽어버린 자식이 떠오를 만큼 닮은 아이기도 했다.

그러니 구양천은 계속 하찮은 상태로 남아있어야 했다. 그래야 구창준이 꿈꾸는 것을 얻는데 수월할 테니.

구연서를 이겼다는 소릴 들을 때까지만 해도 우연의 일부라 생각했다. 구연서는 범이 맞으나, 실수는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는.

그래서 다소 억지스러운 짓을 했다.

구절엽의 대련을 받는다면 구양천의 멍청함을 티내는 것이니 좋은 것이고. 거절한다면 그것대로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구양천은 이미 걸림돌이 되어있었다.

그것도 아주 큰.

“절엽아.”

“예, 문주님….”

“가고픈 길에 큰 돌이 가로막고 있으면 어찌하면 될 것 같으냐.”

“다른 길을 찾아볼 것 같습니다.”

“틀렸다. 그래선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가고 싶던 길도 아니며 도달할 목적지조차 다르겠지.”

구절엽은 차마 구창준의 눈빛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구창준은 너무나 서늘한 눈을 하고 있었다.

“치울 수 있으면 좋고. 그마저 안된다면 부수고 가야겠지.”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일렀다. 아무것도 준비돼있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이런다면 어쩔 수 없이 부숴야겠구나.”

구절엽은 구창준의 살기에 덜덜 떨리는 몸을 들키지 않으려 온 힘을 주고 있었다.

******************

“과했다.”

대련이 끝난 뒤 씻고 나온 내게 이장로가 말했다.

“뭐가 말씀이십니까.”

“마지막에, 절엽이에게 무얼 하려 들었느냐?”

“한쪽 팔을 부수려고 했습니다.”

적당히, 딱 한 달 정도면 치료될 만큼.

무인의 육체는 내기를 품었기에 재생이 빠르다. 그러니 문제없으리라 판단했다.

내 말에 이장로가 헛숨을 들이킨다.

“그리했다면 일장로는 필히 그걸 물고 넘어졌을 것이다.”

“그럼 좀 어떱니까. 어차피 가주가 될 생각도 없는데.”

“어허!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야. 너는 가주의 핏줄이다. 그것도 유일한….”

“예, 유일한 아들이지요. 그래서 제가 지금도 이 세가에 발붙일 수 있는 거고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생에도 뼈저리게 느끼던 부분이었다.

무슨 짓을 하던, 내가 어떤 삶을 살든 상관없이 나는 결국 소가주가 되었다.

이번 생이라고 다를까? 나는 좀 달랐으면 싶은데.

“그래서 결국 안 하지 않았습니까.”

마음 같아선 구절엽이란 놈에게 소가주고 나발이고 다 주고 싶었다.

구가의 가주라는 자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구희비와 구연서에겐 가주를 주지 않겠지.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아들이라서가 아니다. 이 빌어먹을 업이란 것이 그러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주의 자리를 자신의 손자에게 주려는 일장로가 참 우스웠다.

누구보다 도망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나일텐데.

하지만.

‘아직까진 세가의 이름이 필요하다.’

언제가 되면 내려놓을 수 있을까.

틀어진 게 워낙 많은 것 같아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도련님! 여기 옷이요!”

위설아가 기다렸다는 듯 내게 겉옷을 건네기에 받아 입었다.

옷을 입다 문득 위설아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얘는 언제 검을 배우지?’

검존의 직계제자. 그리 불렀으니 분명 검존께 검을 배울 것인데….

위설아는 하루종일 다른 시종에게 붙잡혀 청소하는 법 요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훗날의 천하제일인에게 집안일을 배우게 하는 게 맞나 싶다….

“위 노야는 어디 가셨데?”

“할아버지는 아까 곰을 만들 거래요.”

“곰…? 무슨 곰?”

곰이라면 우리 주위에도 있는데.

이장로라고.

내가 곰 얘기에 이장로를 힐끔 보니 이장로도 내 시선에서 뭔갈 눈치챘는지 눈썹이 살짝 올라간다.

곧바로 시선을 피했다.

“독수리도 만들고 병아리도 만들고, 곰도 만들 거래요.”

“...그거 혹시 저 밖에 있는 나무조각상을 말 하는 거냐?”

“맞아요!”

어느 날부턴가 밖에 하나씩 생기는 동물 모양의 나무조각상이 눈에 들어왔었는데.

그걸 검존이 깎았다고…?

심지어 너무 잘 깎아서 어디서 사 온 줄 알았었다.

미래의 천하제일인은 내 처소에서 집안일을 배우고, 현재 천하제일인일줄 모르는 노인은 내 처소에서 조각상을 깎고 있네.

이게 맞을까.

...아닌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가 엄청 잘 깎았어요!”

저 멀리 보이는 말 모양 조각상을 가리키며 헤실헤실 웃는 위설아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얘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이제 막 열 살 얘들이 할 법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미래에 봤던 그녀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은 어려서 그렇겠지 하면서도 드는 이질감이 참 묘했다.

내가 전생에 제대로 위설아를 마주했던 것은 지금 해의 겨울.

그 당시의 위설아는 어땠지.

지금과 같았나?

‘왜 기억이 안 나지?’

모르겠다. 이 애매한 기억은 뭘까.

최소한 훗날의 위설아와는 많이 달랐다.

날카로운 명검을 인간으로 만들었다면 그녀이지 않을까.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베일 것 같은 사람.

차디찬 눈으로 모두를 밀어내던 사람이 기억 속에 있었다.

“도련님 울어요?”

위설아에 말에 깜짝 놀라 눈가를 비볐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뭘 울긴 울어 깜짝 놀랐네.”

“아닌데…. 우는 거 같은데.”

“아니라고. 가서 약과나 먹고 있어.”

내가 밤 주먹으로 머리를 콩 찍으니 위설아가 짧게 비명을 지르고 도망간다.

그런 뒷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걸 보던 이장로가 끌끌 웃는다.

“재밌게들 노는구나.”

“노는 거 같아 보이십니까.”

“아니냐?”

“...그렇게 말씀하시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손주들 재롱 보듯 흐뭇하게 보던 이장로가 살짝 마음에 안 들었다.

“이장로님, 그럼 약속대로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는 겁니까.”

내 말에 이장로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약속했으니 들어줘야지. 대체 뭘 부탁할 생각이기에 그러느냐?”

내가 할 부탁은 하나였다.

한 달 안에 사천을 갔다 와야 하는데, 다녀올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로급이 얘기하면 방법이 있겠지.’

물론 변명거리는 만들어야겠지만, 이 방법이 제일 빠르지 않을까?

근데 내 얘길 들은 이장로의 얼굴이 이상했다.마치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얼굴이다.

내가 사천을 가야 하는 이유 탓인가?

“제가 사천을 가는 이유는 말씀을 드리긴 좀 어렵….”

“아니 그건 상관없는데….”

“예? 그게 상관이 없어요?”

되게 상관있지 않나? 그게 왜 안 궁금하지…?

내가 잠깐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이장로는 말을 이었다.

“흠…. 노부는 양천이 네 말을 잘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어진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냥 가출하면 되지 않나? 그걸 왜 방법을 찾느냐…?”

“.....”

문득 이 노인네가 젊을 때 어떻게 살아왔을지 예상이 가는 말이었다.

******************

사각, 사각

왜소한 노인이 통나무를 들고 조각을 하고 있다.

다름 아닌 그는 검존, 조각은 검존의 자그마한 취미 생활이었다.

“오셨는가? 구 가주.”

“강녕하셨는지요. 위 어르신.”

그리고 그런 검존을 찾은 이는 다름 아닌 구가의 가주, 구철운이었다.

“어르신께서 부탁하신 일, 개방에서 조금의 단서를 찾았다 합니다.”

구철운의 말에 검존의 손이 멈췄다. 검존으로서는 환희했어야 할 말이지만.

검존은 구철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가주?”

구철운의 표정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이어 구철운이 말했다.

“의선(醫仙)께선…. 현재 안휘성에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뿌득.

구철운의 말에 검존이 들고 있던 조각칼이 부러졌다.

순간 검존의 몸에서 들끓는 내기가 빠져나온다.

자칫하면 들킬 위험이 있기에 구철운이 급히 주위에 내기로 막을 씌웠다.

“결국….”

검존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 천존(天尊).

구철운은 눈을 감았다. 검존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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