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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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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1회 작성일 24-09-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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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감히 건들면 안 되는 것(1)

감히 건들면 안 되는 것 (1)

이 새끼 봐라.

재수 없게 붉게 물든 뺨, 재수 없게 흔들리는 눈동자, 재수 없게 차마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

저 잘생긴 싸가지의 재수 없는 행동을 보아하니 한눈에 반한 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살짝 젖은 머리칼에 불안한 눈빛을 하는 위설아의 모습은 너무 파괴력이 짙다.

세월로 단단하게 쌓인 현인(儇人)이나 도가, 혹은 불가의 수련을 겹겹이 쌓은 이들이 아니고선 단번에 벽을 허물고 마음에 파고들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었다.

나조차도 붕 뜨는 기분인데 저놈이 감히 어찌 버틸까. 결국, 위설아에게 단번에 함락된 것이다.

“쯧.”

위설아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맹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아 위설아를 끌어 좀 더 뒤로 당겼다.

그걸 보고 구절엽은 꼴에 혈족이라 급히 표정 관리를 했지만. 붉어진 뺨까진 어찌하지 못했다.

옆에 서 있던 이장로도 씰룩거리는 입꼬릴 숨기지 못하고 구절엽을 보고 있었다.

‘놀리고 싶은데 억지로 참는 거 봐.’

하여튼 성격 고약한 노인네였다.

“크흠! 크흠!”

분위기가 어색한지 구절엽이 헛기침을 반복한다. 그런다고 나아질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나 구절엽이 본가의 혈족께 대련을 요청합니다.”

‘눈이나 똑바로 보고 말해 이 새끼야….’

은근 위설아 쪽으로 눈동자가 움직이는 게 다 티 났다. 나는 대충 손을 휙휙 흔들며 돌아가라는 태도를 취했다.

“대련은 무슨, 관심 없으니 돌아가쇼.”

척 봐도 귀찮은 일이란 게 보인다. 대뜸 찾아와서 대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그다지 예의를 차리는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무시하는 행동에 가까웠지.

거절할 명분은 내 쪽이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구절엽의 말투가 변했다.

“겁이 나십니까?”

“예, 겁이 엄청 납니다요.”

“여전히 나약하시군요, 고작 이깟 일에도 도망이나 치시다니….”

“예, 예 제가 겁나 나약하죠. 그럼요. 그럼요.”

비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사용하니 구절엽의 눈가가 점점 파르르 떨린다. 숨이 거칠어진 것이 상당히 화가 난 모습이다.

그래서 어찌할 건데. 내가 안 하겠다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본가를 찾아와 대련을 요구하는 친척 놈, 엄연히 명분은 내게 있었다.

점점 한계가 찾아왔는지 씩씩거리는 놈에게 이장로가 다가가 물었다.

“절엽아, 이리 대련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혹 일장로 때문이냐?”

‘일장로?’

구절엽은 이장로의 물음에 멈칫했지만, 대답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구절엽의 침묵에서 얻어낸 말은 대답으로 쓰기 충분했다.

‘같잖은 정치질이었네.’

왜 뜬금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나 했더니 그런 것이었나.

‘역시 구연서랑 대련에서 사고를 쳤으면 안 됐어.’

일장로가 야심가라는 건 세가의 이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럼에도 본가에서 일장로가 가진 야심을 어찌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 때문이었다.

성정은 천하며 재능은 없는 본가의 혈족.

남아라는 이유로 가주 자리에 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함이 많은 것. 하물며 첩의 핏줄이다.

일장로의 야심은 세가에겐 일종의 보류였다. 일장로는 꾸준히 그 보류를 확신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하지만 그 보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구연서와의 대련에서 승리했다는 얘기 탓이었다.

대다수는 그저 운의 불과했다 치부하지만, 혹시 모른다는 파문은 일장로에게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유치한 짓을 하시는 건가.”

같잖은 기분이 들어 그냥 무시하고 수련장이나 다시 들어가려는데 이장로가 내게 말했다.

“이리 찾아온 것도 일인데, 한 번 해주지 그러느냐?.”

말 같잖은 말에 이장로를 보니 얼굴에 ‘흥미’라는 두 글자로 가득했다. 또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장로님, 제가 얻어맞고 땅에 눕길 바라십니까? 왜 자꾸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

이장로는 내 말에 구절엽과 나를 천천히 번갈아 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노부는 양천이 네가 그리 쉽게 땅에 누울 것 같진 않구나.”

이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

나는 찡그린 눈으로 구절엽을 쳐다봤다.

짧게 마주한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좀 힘들겠는데.’

확실하다. 이 재수 없는 놈은 구연서보다 강했다.

가진 게 부족하니 놈이 품은 기운이 얼마인지, 무공 수위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으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닌 내공이나 무공의 숙련도는 아마 구연서가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구연서가 더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당장 내가 구연서의 공격을 피하고, 이길 수 있었던 이유도 그 탓이었다.

“어찌 되었든, 대련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귀찮은 정치질에 휘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이리 말하니 이장로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민다.

태산 같은 덩치의 노인네가 저런 얼굴을 하니 살짝, 아니 많이 소름이 끼쳤다.

구절엽은 뜻대로 되지 않자 입술을 비죽인다. 재수 없게 생긴 얼굴과 잘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놈이 위설아에게 말을 걸었다.

“옆에, 당신은 본가의 시종이시오?”

분명 말을 더듬진 않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까진 감추지 못했다. 구절엽에 말에 모포를 두르고 있는 위설아가 갸우뚱한다.

그 동작에 구절엽이 한 대 크게 맞은 듯 비틀댄다.

저 새끼는 갑자기 왜 지 혼자 대련을 하고 있는 거지?

“맞아요! 저는 시종이에요.”

위설아의 대답에 구절엽이 비틀거리던 몸을 바로잡았다. 그리곤 나를 보며 말한다.

“소저, 저런 나약한 이의 시종을 드는 것보다 제게 오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잘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게 무슨 좆같은 권유일까.

뭘 어떻게 잘해줄 건데. 와중에 스스로 창피하긴 한 것인지 점점 붉어지는 볼이 짜증 났다.

이건 내가 봐도 좀 아닌 거 같단 생각이 들어 끼어들기 위해 말을 끊었다.

“뭔, 개같은 얘길….”

“저는 도련님이 좋아요.”

회귀하고 위설아의 처음 듣는 단호한 음색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이장로와 구절엽이 놀란 눈이 됐다.

“저는 도련님 말고 아무한테도 안 갈래요.”

위설아의 말에 가슴이 찌릿했다.

‘....좋지 않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나는 손으로 마구 가슴을 문질렀다. 분명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천마가 내게 걸었던 저주와 다른, 어찌 보면 더 지독한 저주였다.

죽음으로써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이리되면 안 됐다.

위설아는 나를 보고 있었다. 어떤 감정을 담은 눈일까. 내가 분명 알 수 있는 건 지금 위설아의 눈을 오래 보면 안 됐다.

시선을 옮겨 구절엽을 바라봤다. 놈은 알게 모르게 충격을 받았는지 겨우 하던 표정 관리를 완전히 못 하고 있었다.

떨떠름했다.

나는 한숨을 한 번 푹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찌뿌드드한 몸을 끌고 구절엽을 지나쳤다.

“따라와, 대련인가 뭔가 해줄 테니까.”

뒤에서 오옷! 이라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안 봐도 뻔하다 이장로일 것이다.

구절엽은 이를 빠득 갈더니 날 따라온다. 화풀이할 대상이 생겨 좋다는 걸까?

‘왜 나는 항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왜긴 왜야, 내가 알아서 다 저지르니 그렇겠지. 맞네! 그거였어.

....시발.

******************

“괜히 했나.”

대련을 하기 위해 수련장으로 들어오자마자 든 생각이다. 왜 꼭 저질러놓고 후회를 할까.

나란 놈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뚜둑 뚜둑-

몸을 이리저리 푸는데 마디마디에서 소리가 들린다. 몸을 풀며 이상한 눈으로 날 보고 있는 이장로에게 물었다.

“왜 대련을 하라 말씀하셨습니까?”

“노부가 안 했다. 양천이 네가 한다고 했지.”

“처음에 권유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안 말리시고 좋다고 오신 거 보면 장로님 탓도 있습니다.”

이는 예전 구룡회에서 팽가놈을 쥐어팬 뒤에 내게 했던 이장로의 말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그걸 아는지 이장로가 호탕하게 웃는다.

“그래! 맞다 노부의 탓도 있겠구나.”

“그래서 왜 저한테 권유하셨습니까?”

[일장로 때문이다.]

뭔가 썩 좋지 않은 얘기인지 이장로가 내게 전음(傳音)을 사용했다. 오랜만에 듣는 전음이라 그런지 머리가 살짝 아팠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의 나는 전음으로 대답할 수준이 안되니 그냥 깡으로 대답했다. 그러니 이장로가 황당하다는 듯 말한다.

[아니, 최소한 전음으로 했으면 좀 조심스럽게 대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상관없지 않습니까.”

...끙

이장로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일장로는 야심이 큰 사람이다. 그건 너 또한 이미 알고 있겠지, 어느 정도의 야심이라면 좋다 보지만, 이를 위해 자신의 핏줄까지 사용하는 것이 세가를 위해 좋아 보이지는 않는구나.]

이장로의 말대로 이 대련은 아무리 봐도 정치의 한 폭이다.

여기서 내가 지게 되면 세가에서 구절엽의 입지가 올라가겠지. 반대로 구절엽이 만일 내게 지게 되면.

‘타격이 엄청 클 텐데 말이야.’

구절엽의 입장에선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겠지.

일장로가 그걸 알면서도 이리 구절엽에게 억지스러운 일을 시키면서까지 내게 보낸 이유는, 절대 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많이 조급하다.’

이렇게 빈틈투성이에 억지스러운 짓을 일장로가 벌인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 급할 만한 일이 있었을까. 나는 이장로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하는데, 저도 뭐 하나 얻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어라…?]

“제가 저놈 이기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십시오.”

[네가 이겼다는데 노부가 왜 네 녀석 부탁을 들어줘야 하느냐…?]

“싫으면 저 지금 땅바닥 마구 구르면서 져버릴 겁니다.”

[괴상한 말을 뱉는구나, 지금 여기까지 와서 양천이 네가 지면, 훗날 가주가 되는 일에 흠이….]

“이장로님, 자꾸 제가 가주가 되고 싶어 할 거라 예상하시는데.”

몸이 얼추 풀린 거 같아 손목을 조금씩 돌리며 구절엽에게 다가간다.

“저는 가주가 되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없습니다.”

[...!]

내 충격 발언에 이장로가 헛숨을 삼켰다. 다들 내가 가주가 되고 싶어 한다 생각했나.

‘그깟 욕심은 전생에 다 두고 왔는데.’

속으로 되뇌었다. 과연 욕심일까? 내겐 과분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다, 그저 내겐 쓸모없는 것이라 그렇다.

가주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무얼 품고 살아야 하는지.

지금의 나는 역겨울 만큼 잘 알고 있었다.

“몸은 다 푸셨소.”

“얼추는.”

구절엽이 목검을 들고 날 맞이했다. 역시, 대면하니 더 확실하다.

이놈은 구연서보다 훨씬 강한 놈이다.

대련을 준비하려니 구절엽이 대뜸 사과했다.

“일공자께는 미안하게 생각하오.”

“갑자기 뭔 소리야?”

“작년, 일공자와의 대련은 내가 너무 과했소.”

“우리가 이미 붙었었나?”

“그렇소, 일공자는 그 탓에 한 달간 앓아누워있었지.”

오래도 누워 있었네…. 나는 왜 그런 기억이 없지?

“일공자는 너무 약하오.”

“이젠 시비까지 거네.”

“공자께서 이공녀를 이겼다 들었소, 한데 그건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허나 내 조부께선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하니 문제지.”

“맞아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 대답에 구절엽이 가자미눈을 하고 쳐다본다. 이런, 대충 대답하던 걸 들켰나?

구절엽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털어내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약자를 괴롭히고 싶지 않소, 하지만 약한 이가 가주에 오르는 것은 더더욱 싫소.”

“그 말을 지금 가주 직계 앞에서 꺼내는 건 알고 있지?”

함부로 말하기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후욱!

뺨에 열기가 스쳐 갔다. 구절엽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가주 직계에만 전해지는 구염화륜공과는 다르다.

구절엽이 물려받은 심법은 구선염공(俱先炎功).

열기를 품는다는 것은 같으나, 구염화륜공으로 얻는 파괴가 아닌 압축과 속도에 뜻을 둔 심공이었다.

‘무공은…. 3성인가?’

구연서와 동급인 수준, 구절엽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분명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아, 그냥 지금이라도 기권할까.

[아까 했던 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이장로의 전음이 들려온다.

[이 대련에서 이기면, 이 노부의 이름을 걸고 부탁을 반드시 들어주마.]

‘이러면 기권도 쉽사리 못하겠는데.’

...내 꼴이 항상 이렇지 뭐.

체념 아닌 체념을 하고 나도 속에서 구염화륜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 몸에서 돌기 시작한 심법이 구절엽의 내기를 조금씩 밀어낸다.

구절엽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이장로님.”

이장로를 부른 것은 다름 아닌 구절엽이었다.

“왜 부르느냐?.”

“저 또한 이 대련에서 승기를 가져가면 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새끼 아까 얘기하던 거 들었나 보네.

귀도 밝아요 하여튼….

이장로가 날 힐끔 보더니 구절엽에게 대답했다.

“그래, 조건은 동등해야겠지, 절엽이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구절입이 그제야 손으로 뭔가 가리켰다.

그곳엔 슬쩍 약과 하나를 입에 넣던 위설아가 있었다.

“저 시종을 원합니다.”

구절엽에 눈에 있는 것은 분명 욕망이었다. 무릇 색(色)에 관한 게 아니라 애욕에 가까울지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 그 말이.

“하하.”

많이 좆같았다.

“이 씨발놈이 진짜.”

곧이어 뭔가 내 안에서 선이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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