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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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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2회 작성일 24-09-2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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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필요하다면 (1)

필요하다면 (1)

구룡회를 끝내고 구가로 돌아온 지 삼일.

천마의 마공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지 어느덧 삼일이 됐다.

며칠 사이 수련을 틈타 구염화륜공을 계속 돌려봤지만, 몸 안에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다행인 얘기지만, 혹 마기가 몸 안에 잠복 하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닐까 싶어 방심은 하지 않고 있었다.

“죽고 살아나서까지도 고생을 시키네 거지같은 놈들.”

처소 한편에 있는 수련장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가득했다.

아직은 끽해봐야 2성이기 때문에 그다지 위협적인 열기는 아니었다.

“...3성으로 오르기엔 몸이 아직인가.”

내공을 다루는 깨달음이나 숙련도는 진작 오르고도 남아야 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내공의 양도 그렇고 그걸 담아야 할 육체도 똑바로 그릇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은 반복적인 훈련만이 답인 상태다.

덕분에 며칠 내내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중이기도 하고….

열기로 가득한 훈련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봄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덕분에 더웠던 몸이 빠르게 식었다.

“어허! 그거 앞에도 먼지가 있지 않나!”

“허허허허….”

“....음?”

저건 또 무슨 상황이지.

마당을 쓰는 검존 옆으로 익숙한 인영이 보인다. 팔 척이 넘는 키에 쫙 벌어진 어깨, 나이대가 보이는 새하얀 백발과는 다르게 옷이 찢어질 듯 부풀어있는 근육.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인영은 이장로였다.

“아니, 거참 좀 더 빡빡 쓸어야 할 거 아니오! 이거 봐 이거, 먼지가 아주 듬뿍 있네 아주.”

“허허허….”

...저 미친 노인네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이장로는 검존의 옆에서 이리저리 손가락질하며 훈수를 두고 있었다.

살다 살다 검존이 청소 못 한다고 핍박받는 상황을 볼 줄 몰랐는데…?

“이거 봐 이거, 어디 평생 빗자루질 한번 안 해본 티를 내시오.”

내기를 써서 시력을 높여야 겨우 볼법한 미세한 먼지조차 잡아내며 하나하나 트집 잡는 모습은 뭐라고 할까…….

‘...일단 되게 꼴 보기 싫은데?’

검존과 이장로는 동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이들이다.

서로를 모를 거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근데 저건 대체 무슨 그림이지?

“이장로님 뭐하고 계신 겁니까?”

“오! 양천이 왔구나.”

“...아니 갑자기 왜 위 노야를 괴롭히고 계십니까?”

검존은 이름으로 불러 달라 청했으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죽어도 못 할 짓이었다.

“아니 이 노인이 글쎄 빗자루질을 똑바로 못하고 있지 않으냐. 에잉 쯧쯧 돈 받고 하는 일이면 이러면 안 되는데.”

아무리 봐도 먼지 하나 보이질 않는데…?

“깨끗해 보이는데요…?”

“어허! 네가 그렇게 대충대충 하니까 처소가 이 꼴인 게 아니냐!”

뭔 되지도 않는 트집이지?

참고로 처소는 누가 봐도 깨끗해 보였다.

다른 시종들뿐 아니라 심지어 위설아 조차 청소는 신경 써서 했으니까.

‘이장로가 왜 저러시는 거지? 설마 검존을 놀리는 걸까?’

에이 설마, 그래도 나름 세가의 장로나 되는 노인네가 이러고 장난치고 있을까.

‘...검존은 괜찮은 건가?’

평소처럼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검존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묵묵히 빗자루질을 계속할 뿐이었다.

“허허허허….”

역시 현 중원에서 검존이라 불릴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런 풍파조차 가볍게 넘겨야….

“허허허허!”

‘아니네 화나셨네.’

잘 보니 이마에 열십자(十) 모양으로 핏줄이 돋은 게 보였다.

나는 우선 자리에서 떠야 할 것 같아 재빨리 도망치려는데 이장로가 날 붙잡았다.

“수련하고 나오는 길이냐?”

“예, 보시다시피 그렇습니다.”

“흠….”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아까 저기서 네 호위가 기다리고 있더구나.”

이장로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은 처소로 들어오는 입구 쪽이었다.

“무연이요?”

수련한다 말을 해놓았을 텐데 왜 안 찾아오고 기다리고 있지?

분명 일이 있으면 그냥 수련장에 들어와 부르라고 해놨었는데 말이다.

“감사합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가느냐…?”

“예?”

무연이 있는 쪽으로 가려는데 왠지 모를 애처로운 목소리로 이장로가 날 붙잡는다.

“양천아 혹시 배가 고프지 않으냐? 이 노부가 아주 맛있는….”

“도련님은 아까 식사를 마치셨습니다.”

이장로의 말을 끊은 것은 다름 아닌 검존이었다.

“어, 어허! 어디 혈족이 얘길 하는데 막 끼어들고 그러나!”

“대체 왜 그러세요 이장로님….”

뭔가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이장로를 불러보는데, 순간 섬뜩한 감각이 느껴진다.

‘뭐야 이 싸늘함…?’

수련이 끝난 직후라 그런지 강화되어있는 오감이 무언갈 잡아냈다.

이장로 뒤편에서 등을 돌린 체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는 검존의 등이었다.

‘...음.’

검존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등에서 말하길 나보고 빨리 꺼져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럼 빨리 꺼져드려야지.

“이장로님 제가 되게 엄청 많이 급한 일이 생겨서요.”

“그렇다면 이 노부도 같이….”

“아무튼, 고생하십쇼.”

뒷말은 듣지 않았다. 여기에 더 있다간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무슨 말을 덧붙이며 다시 붙잡으려던 이장로의 손을 피해 재빠르게 도망쳤다.

******************

구양천이 자리를 뜬 후 이장로와 검존만 남아있는 수련장 앞엔 묘한 침묵만 남아있었다.

와중에도 이장로는 주위를 곳곳에 눈을 돌리며 살펴보고 있었다.

‘담벼락 앞엔 나무가 너무 많군, 처소 쪽 지붕을 넘어가야 하나…?’

...그는 도주로를 파악 중이었다.

천하 삼존이 남의 처소에서 빗자루로 땅바닦을 휩쓰는 모습에 나이에 안 맞게 장난기가 돌았다.

그래서 살짝 과하게 장난을 걸었다. 이는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우선 지르고 보던 이장로의 성미기도 했다.

덕분에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위기감이었다.

‘....너무 과했다.’

검존 위효군이 지금에서야 인자한 노인 행세하며 살고 있지만, 과거 행적과 성격을 아는 이장로로서는 소름 돋는 모습일 뿐이었다.

‘사파라면 검부터 뽑고 보던 검귀.’

정파의 상징이라 불리던 인간은 사파 입장에서 보자면 검존은 살인귀이자 검귀였다.

악인을 처벌하는 데 있어선 한 치의 망설임도 없던 이가 바로 검존이었으니까.

“구륜.”

검존이 이장로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다.

“큼큼…. 선배 혹시 화나셨소? 그냥 장난 좀 친 거요. 내 덕에 양천이 한테 쓸데없는 의심을 안 받은….”

“저 아이, 참 신기한 아이구나.”

“...음?”

“그제와 다르고 어제와 다르고, 오늘은 또 다르구나.”

어디로 도망쳐야 재빠를까 고민하던 이장로에게 검존은 대뜸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검존은 구양천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다.’

검존이 처음 마주했던 구양천에 대한 감상은 그저 구가의 남아일 뿐이다.

구양천은 소문과 외견만으로 성정을 판단했던 검존에게 적지 않은 깨달음을 줬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몸에 품은 화기는 구가의 혈족들과 비교하여 별 볼 일 없었으며, 다른 세가와 문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봐도 한참 뒷자리에 놓일 재능이었다.

구가의 아이, 그저 그것뿐.

그게 검존이 보고 생각한 구양천이었다.

‘한데 지금은 어떻지?’

지금 잠깐 스치듯 봤던 구양천을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와 달리 단전에 품은 화기는 더 뜨거워지거나 양이 눈에 띄게 늘진 않았다.

다만 안정적이다.

정파의 심법 중에서도 팽가와 맞물려 가장 난폭하다고 말하는 심법이 구가의 심법이다.

그런 거친 힘을 단전에서 안정적으로 돌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감각이 필요하니 필히 세월과 재능의 영역이다.

여기서 구양천의 나이를 생각하면 세월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으니.

저건 분명 재능의 영역임이 분명했다.

“별다른 느낌을 느끼진 못하겠는데, 몸에 품은 기운은 저 나이대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나도 오랜만에 봤을 때 많이 놀랐소.”

“...저번에 봤을 땐 안 그랬었다는 말인가?”

“석 달 전쯤인가. 마보를 조금 하다 못하겠다며 도망쳤었지.”

그런 아이가 몇 달 만에 갑자기 바뀌었다.

지금 하는 수련의 강도만 살펴봐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호위나 사용인에게 듣기론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 그리고 아주 잠깐 쉬는 것 외에는 남은 시간을 수련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격한 강도의 수련을.

그리고 그런 구양천의 행동이 아님을 곁에서 지켜보는 검존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 저 아일 갑자기 일깨웠을까.”

사람이 세월이 흘러 변하는 것은 당연하나.

갑자기 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무엇이 구양천을 저리 바꿔놨을까. 검존은 그게 문득 궁금했다.

“선배는 항상 생각이 많소.”

이장로는 그런 검존의 모습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나이를 먹더니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진 듯 보였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가 그리 항상 복잡하오?”

이장로는 가장 걱정거리였던 것이 쑥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일장로가 알면 어찌 되려나.’

꿉꿉한 느낌인 드는 노인네의 얼굴이 스치듯 떠올랐다.

구양천의 성정과 재능을 탓하며 가주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였다.

그러면서 슬쩍슬쩍 자기 핏줄을 가주에게 소개하는 것이 눈꼴 시렸는데 속이 다 개운해졌다.

“선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그게 무엇이든.”

검존이 품은 심마는 감히 자신의 말로 해결될 리 없을 것이다.

하물며 가족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이.

“고맙네.”

자신을 위하는 말임을 아는 검존은 이장로에게 감사를 표했다.

“큼…. 뭐, 얼굴 한 번 봤으니 됐소, 그럼 이만….”

“어디를 가는가?”

“아니 뭐, 선배 얼굴도 보고 양천이놈 얼굴도 봤으니, 나도 일을 하러 가야….”

“구륜, 우린 아직 중요한 얘기가 안 끝나지 않았나.”

“그게 무슨….”

이장로는 섬뜩한 기운에 말을 멈췄다.

인자하게 웃는 검존의 눈웃음에 알게 모를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내 빗자루질에 관해 가르쳐주려 하지 않았나? 나는 아직 그 얘기가 궁금하네.”

그제야 아까 실컷 놀려대던 것이 떠올랐다. 구양천 얘기로 빠지길래 넘어가 주려던 건가 싶었으나 아니었다.

‘이 속 좁은 인간….’

검존이 한걸음 때자마자 이장로가 뒤편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아까 미리 계산해둔 도주로였다.

******************

-쿠웅-쿵!

“어디 공사라도 하나? 왜 저렇게 시끄러워.”

“어제 들으니 세가의 건물 하나를 공사한다고 하던데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 공사를 좀 크게 하나 보네. 여기까지 들리는 것이.”

뭔가 묘하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으나 신경을 껐다.

지금 신경 쓸 것은 공산지 뭔지가 아니었다.

입구 쪽에 다가가니 무연이 누가 봐도 나 중요한 걸 가지고 있소! 하는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무연은 내게 서찰을 하나 건넸다.

몇 줄 안 되는 글귀에는 내가 원하는 얘기가 쓰여있었다.

[의뢰, 받겠습니다.]

나는 적힌 글을 보고 씩 웃었다.

무슨 의민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서찰은 하오문에서 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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