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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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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7회 작성일 24-09-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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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구룡회(5)

구룡회 (5)

이장로의 일격을 맞고 흙바닥에 누워있는 팽우진을 팽가 일행이 수습했다.

팽아희는 이장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얼굴 한쪽이 빨갛게 부어오른 팽우진을 보고 있으니 이렇게 해도 되는 게 맞나 싶었다.

팽아희 말로는 맞아도 싸다고, 괜찮다고 말하긴 했는데….

“상호합의다.”

이장로의 입장은 단호했다.

“팽가에서 나중에 뭐라고 하면 저는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꼭 말씀해 주십시오.”

“걱정 말거라 내 꼭 같이 지켜봤다고, 노부를 뒤에서 부추긴 이가 네 녀석이라고 꼭 말해주마.”

“아니, 제가 무슨 죄가 있다고 끌고 가십니까?”

“어허 진작 말릴 수 있는 일을 굳이 말리지 않았으니, 양천이 네 탓도 있다.”

이 양반이 지금 뭐라는 거야.

말릴 틈도 없이 쏜살같이 튀어가서 주먹을 휘두르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었다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장로가 팽우진을 쥐어 패는 걸 봤더니 굳이 뒷말은 삼켰다.

‘...좀 적당히 나대야지.’

솔직히 팽우진이니 버틴 거지 내가 저걸 맞았으면 그 자리에 즉사하지 않았을까.

나도 나대다 한 번에 훅 갈 수 있으니 몸을 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폭풍 같은 일정이 지나고 기다리고 있던 위설아에게 가니 위설아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장로를 보고 있었다.

“뭔데, 지금 그 반짝이는 눈빛은 뭐지?”

“도련님! 투둥탕! 하더니 누웠어요! 엄청나게 멋있어!”

이장로가 팽우진을 뚜드려 팬걸 말하는 거니 설마.

...아니 보통은 무섭다고 하지 않나? 그 괴랄한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위설아의 모습에 이장로가 기분 좋게 웃는다.

“이쁜 꼬맹이가 볼 줄을 아는구만!”

그러니 품에서 약과를 꺼내 위설아에게 건넨다.

“칭찬을 받았으니 노부가 선물로 주마.”

“와! 약과! 곰 할아버지 최고예요!”

“곰? 하하하! 노부가 그만큼 강해 보였다는 거겠지?”

아뇨 그냥 덩치가 곰만 한다는 거 같은데요.

차마 꺼내진 못할 말이기에 삼켰다.

위설아는 엄연히 시종이기에 버릇없는 모습을 보이면 화낼 법도 한데 이장로는 그냥 호탕하게 웃을 뿐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다.

위설아의 말도 안 되는 외모 탓일까, 아직 어리기에 봐주는 걸까. 뭐든 잘 넘긴 것 같으니 괜찮겠지.

약과를 얻어 조금 조용해진 위설아를 뒤로하고 이장로가 나를 불렀다.

“양천아.”

“예?”

“아까 노부가 얘기하려다 말았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장로는 할 말이 있어 날 찾았다고 했었다.

내가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보니 이장로가 말을 이었다.

“구룡전이 끝나고 대련을 좀 나가야겠다.”

“장로님이 대련을요? 또 누굴 죽이시려고….”

“또라니! 아무도 안 죽였다 이놈아! 그리고 내가 아니라 네가 나가는 것이야.”

“...예?”

이게 대체 무슨 개떡 같은 소리지

“저요? 갑자기요?”

그런 귀찮아 보이는 걸 내가 갑자기 왜 나가?

******************

미시가 다 될 때쯤 드디어 구룡전이 시작했다. 구가의 방계 들과 산서 지방 무인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거르고 걸렀는데도 수백의 인원이었다.

이걸 대체 하루, 그것도 해가 질 때까지 끝낼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앉아서 보는 것만 하기 때문에 대련장 위에서 직접 다투는 무인과 그 심판을 보는 검대원보단 편할 것이다.

근데 대체 왜 이렇게 찜찜하기 그지없는 기분일까.

“차라리 대련이 온종일 안 끝나면 좋겠네.”

시간이 지체되면 도망칠 핑계라도 좀 생길 텐데.

구룡전 자체는 보는 맛이 있었다. 어느 때든 무인의 대련에 사람들은 열광하기 마련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고.

창을 내지르는 모습이 호쾌하다. 창이 가진 길이에 대한 장점을 잘 쓰는 무인이었다.

상대는 안타깝게도 검수였다. 창수와 검수는 상성이 지지리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검수는 차분했다. 쉴 틈 없이 파고드는 창끝을 피하면서도 눈은 상대를 보고 있었다.

‘방계라고 했었나.’

검수는 처음 소개할 때 구가의 방계라 했다. 이름이 구…. 뭐였는데.

“합!”

이리저리 피하는 게 거슬렸는지 힘껏 휘두른 창이 빠르게 허공을 가른다. 낭인 출신이라 했는데 갈고 닦은 창술에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허나 조급함은 독이었다.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간 동작은 초식을 잇는 데 방해가 된다. 상대는 그로 인해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승부는 찰나였다. 초식의 실패로 땅을 찍어버린 창대를 검날로 밀친다.

창수가 순간 휘청거리는 틈을 타서 망설임 없이 품 안으로 파고든다.

범위를 내준 창수에게 더 이상 방법은 없었다. 다급히 다시 창을 휘두르려 하지만 검날이 이미 목에 닿아 있었다.

짧은 정적이 있고 창수가 이내 한숨을 쉬더니 이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패배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곧이어 심판이 결과를 확인한 뒤 말했다.

“구선열 승,”

‘이름이 구선열이었군.’

인상 깊은 대련이었으나 전생에 이름을 펼칠 만큼 대단한 무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냥 기억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저 아이는 뽑히겠구나.”

이장로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무인으로서 침착함을 가진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었다. 내가 봐도 혹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뽑힐 인물이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지….”

살펴보니 벌써 반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수백의 인원 중 스물 남짓을 뽑는 것이니 훨씬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대련장의 숫자가 많은 것과 각 대련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아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첫날만 해도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부디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이장로를 쳐다봤다.

이장로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내게 말한다.

“어찌 그런 개똥 같은 눈빛을 노부에게 보내는 것이냐?”

“오해 마십쇼 존경의 눈빛입니다.”

“눈빛만 아니라 입으로도 개똥 같은 소릴 싸내는구나.”

뭐가 그리 재밌는지 껄껄거리며 웃는 이장로를 보며 내가 한숨을 쉬었다.

구룡전이 끝나고 있을 직계 대련이 그 이유였다. 구룡회에 참석한 직계라 해봐야 구연서와 나뿐이니 당연히 대상은 우리 둘이었다.

왜 이런 말 같잖은 사태가 발생했는가에 대해 따져 물었으나, 이장로는 그냥 재밌어 보여서 말했는데 천일상가에서 좋아했다는 이유였다.

재미 타령하는 모습이 아까 뚜드려 맞고 정신을 잃었던 팽우진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내가 이장로를 팰 수는 없고….’

때린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애초에 맞아주기나 할지부터 의문이었다.

“걱정 마.”

누군가 싶어 봤더니 구연서의 목소리였다.

“아무도 네게 기대 같은 건 하지 않고 있어. 괜히 창피할 걸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일단 핏줄이기도 하니까 안 아프게 빨리 끝내줄게.”

“....아주 좋은 배려네. 참 고맙다.”

고마워서 아주 눈물이 다 나네.

구연서는 애초에 진다는 것 자체를 생각지도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니 이장로의 말에 흔쾌히 하겠다 한거겠지. 오히려 기뻐 보이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당연한 얘기기도 했다.

노력이라곤 쥐뿔도 안 하고 살던 나와, 천재, 못해도 수재 소릴 듣고 수련도 꾸준히 해온 구연서와는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냥 빨리 기권하는 게 낫겠지?’

이미 위신이랄게 없는 몸뚱이였다.

먹칠이 잔뜩 돼 있는 이름에 먹 한 줄 더 긋는다고 더 진해지진 않을 것이다.

“양천아 노부가 미리 얘기하는데.”

이장로가 슬그머니 와서 조용히 속삭인다.

“기권 같은 걸 생각하고 있다면 노부가 조금의 힘 실수가 담긴 딱밤을 때릴지 모르겠구나.”

“설마요. 그럴 리가 없죠….”

이 엿 같은 집구석…. 하나 같이 정상인이 없었다.

언젠가 했던 말 같지만, 시간은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부디 오지 않길 바랐던 대련 시간은 마치 날 약 올리듯 재빠르게 찾아왔다.

해가 저물며 또다시 등불이 켜졌다. 구룡전이 끝남으로써 총 스물하나의 인원이 구가의 검대로써 들어올 수 있게 되었고.

다음날은 뒤풀이 겸 축제였다. 물론 나는 2일 차 까지 만의 일정이었으니 빨리고 튈 생각이지만.

애초에 그저 참관만 하다 돌아가려던 생각이었는데 마지막에 와서 일이 꼬인 게 문제였다.

전생에 좋지 않은 의미로 주목을 하도 받았더니 이젠 작을 일로도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없는 듯 있는 듯 살고픈 계획이었다.

사실 이미 계획에서 조금, 아니 많이 벗어난 거 같긴 한데 아무튼 그랬다.

이미 대련장에 올라와 있는 구연서가 보인다.

늘어뜨려 놓듯 잡고 있는 검, 반듯하게 펴져있는 자세에서 잘 갈고닦은 무인의 티가 조금씩 나고 있었다.

정말 가기 싫다….

나는 뒤에 장난기 머금은 얼굴로 보고 있는 이장로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제가 사람들 앞에서 뚜드려 맞고지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습니까?”

하여튼 전생에도 그렇고 악마 같은 노인네였다. 내 원망 담긴 말에 이장로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하는 말이.

“정말 ‘안’ 이길 생각이냐?”

대련장을 올라가던 내가 이장로의 말에 멈칫했다.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십니까? 안 이기긴 뭘 안 이깁니까. 못 이기는 거지.”

“그래그래, 네놈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하여튼 곰 같은 모습을 하고선 속은 여우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런 이장로를 무시한 채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

밤하늘엔 달이 떠올라 있었다.

얇게 깎인 초승달이었다.

땀 냄새 가득했던 무인들이 모두 물러간 뒤에 대련장은 참 한산했다.

물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구경꾼은 심히 많았으나 대련장 위엔 오롯이 둘 뿐이었다.

구룡회에서 구가의 직계를 구경거리로 써먹을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이장로라지만 좀 과하지 않을까 싶었다.

“검은 안 들 생각이니?”

몸을 적당히 풀던 내게 구연서가 물었다.

검? 내가 이맘때쯤 검을 사용 했었나.

구가는 검과 권을 사용하는 세가다. 오롯이 도를 사용하는 팽가나, 검만을 파고드는 모용과 남궁과는 달랐다.

구염화륜공의 특성상 활이나 암기구 같은 종류를 제외하면 모든 병장기에 적용할 수 있었다.

그중 활용도가 가장 뛰어난 검과 권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고.

그리고 훗날 깨달은 얘기로 내게 가장 잘 맞는 건 권격이었다.

“검은 안 쓰기로 했어, 별로 나랑 안 맞더라고.”

“그걸 판단할 만큼의 시간도 투자하지 않아놓고 참 쉽게 말하는구나.”

구연서는 내가 겪어온 걸 모르니 그렇게 보일 것이다. 굳이 정정하진 않았다. 말 해봐야 핑계로 보일 테니.

구연서가 말했다.

“우리가 얼마 만에 대련하는 줄 아니?”

“글쎄.”

“오래되었어, 나는 꾸준히 바랬지, 합법적으로 동생을 패도 되는 시간이잖니? 이런 군중이 많은 상황에서 하길 원하진 않았지만.”

“뭔 그런 엄청 무서운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해?”

내겐 너무 까마득한 기억이었다. 지금의 기억 따윈 잊히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다만 구연서와 전생에 마지막으로 맞붙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대련이라는 평화로운 단어는 분명 아니었다.

당시 구연서는 내게 검을 겨누고 있었고. 검날엔 붉은색 내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홍염검(紅炎劍).

중원에서 구연서에게 붙여준 별호였다. 나는 참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눈가엔 눈물을 잔뜩 머금고 입에선 핏물이 뚝뚝 흐르는 만신창이의 모습.

그런데도 혈육을 향해 지독한 살기를 뿜어대던 모습은 기억 속에 생생했다.

‘역겨운 새끼, 네놈만큼은, 내가 반드시 죽일 거야.’

그땐 비가 왔었지만.

지금은 비가 오지 않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없던 일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걸 계속 상기해야 했다.

“기회만 되면 항상 하고 싶었는데. 넌 언제나 도망만 쳤었지.”

젖살도 잘 빠지지 않은 얼굴에, 아직은 어린 티가 나는 목소리.

기억 속에선 지금보다 훨씬 성숙한 목소리에, 완연히 성장한 모습은 지금관 다른 모습이다.

허나 내게 칼을 겨눈 모습은 그때와 같았다.

진검이 아닌 목검이었으나 기억 속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상념에 잠긴 틈에 구연서가 말했다.

그 덕에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

“나는 널 싫어해.”

다정한 말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나 그 덕에 정신이 제대로 들었다.

“알고 있어.”

알고 있는 얘기다,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를 리가.

“명가, 그것도 가주님의 자식으로 태어나 노력도 하지 않는 것도 싫고, 쓰레기 같은 성정도 정말 싫어.”

“알고 있는데 말로 들으니 좀 가슴 아프네.”

이해는 한다. 나라도 과거의 나같은 놈을 만나면 혐오했을 것이다.

‘우습네 지금은 좀 다르다는 건가?’

그건 스스로도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시작!”

이장로가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방심하다 준비 없이 들어 귀가 맹맹했다.

기다렸다는 듯 구연서가 자릴 박차고 덤벼든다. 약자를 배려한답시고 선공을 양보한다느니 하는 건 없었다.

품에 파고들어 온 구연서에게서 열기가 느껴진다.

3성에 이른 구염화륜공의 여파였다. 후끈한 기운이 주위를 잠식한다.

‘정말 요만큼도 봐줄 생각이 없나 보네.’

휘두른 검은 구연서가 해온 수련의 성과를 말해주듯 흔들림 없는 곡선을 그린다.

나는 한걸음 뒤로, 그리면서 상체를 틀고 검격을 피했다.

구연서의 눈이 커진다. 설마 피할 줄 몰랐다는 눈이다.

하지만 곧바로 초식을 바꿔 전개한다. 빠르게 들어오는 검들은 모두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몸놀림. 나약한 육체로 과도한 힘을 담아봐야 몸이 오히려 굳을 뿐이다.

이어지는 검격은 분명 빠르고 치명적이었지만 그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여 피할 수 있었다.

벌써 숨이 차는 게 느껴진다.

머릿속에선 어디서 어떻게 져야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뭐든 피하기만 하는 건 여전하구나!”

구연서가 검을 휘두르며 소리친다.

구연서의 투명한 악의는 모순적으로 너무 선명해서 눈에 보일 것 같았다.

그렇게 몇 합이 더 지났을까.

까득-

구연서가 초식이 통하지 않는 탓인지 이를 악물었다.초반의 여유롭던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뭐가 대체 그렇게 조급한걸까.

이내 뒤로 잠시 거리를 벌리더니 자세를 바꿔 잡는다.

구연서의 목검에 아지랑이처럼 무언가 피어오른다.

딱 봐도 위험해 보였다.

‘....저건 맞으면 안 되겠는데.’

이제 삼성인 구연서가 구염화륜공을 작게나마 목검에 담은 것이다. 이는 곧 사성이 코앞에 있다는 의미였다.

단지 우겨넣듯 만들어진 내기라 불완정하기 짝이 없었다.

이장로쪽을 흘깃 보니 손으로 턱을 괴고선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기만 한다.

도와줄 생각이 요만큼도 없어 보였다.

‘...썩을, 어떻게 좀 티 안 나게 맞은 척 피할 수 있을까.’

저거에 나가떨어지면 딱 맞을 거 같긴 한데 너무 위험해 보였다.

‘어떻게 할까.’

구연서의 목검에 얕은 붉은 기운이 일렁인다.

담긴 내공을 감당하지 못하는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재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고작 아들이라는 이유로….”

내공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담았는지 구연서는 제정신이 아닌 듯 횡설수설했다.

나는 말했듯 구연서의 마음을 이해한다.

무엇을 갑갑해 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고 내게 악의를 보이는 마음조차 타당하기에 그조차 받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찮게 살 거면 차라리……. 사라지지 그랬어, 네 어미가 그랬듯이.”

“뭐?”

아무리 그래도 해선 안 되는 말도 있는 것이다.

힘을 담아 도약한 구연서가 검을 내지른다. 얼마나 힘을 썼는가 구연서가 서있던 대련장 바닥에 금이 가있었다.

다만 홧김에 힘만 담긴 검은 조급했고 빈약했다.

몸을 틀어 검을 피했다.

검을 내지를 대상이 사라지자 구연서가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구연서는 급히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구연서의 얼굴을 손으로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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