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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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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7회 작성일 24-09-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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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구룡회(4)

구룡회(4)

“저자가 소가주라고?”

약관이 넘은 지 얼마 안 됐을 것 같은 외모의 청년.

한참 드잡이질 하고있는 난동인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팽가의 직계가 왜 여기에 있지? 하물며 명가의 혈족이란 놈이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 땡깡이나 부리고 있다니.

“설마,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지.

해도 바보같이 사대세가의 소가주를 사칭하다니 저놈은 큰일 나겠네.

뜬금없이 산서에서 마주한 팽아희가 바로 떠올랐지만 머릿속에서 바로 지워버렸다.

엮이기 싫은 냄새가 솔솔 났다.

게다가 전생에 팽가의 소가주란 놈이 구룡회에 나타났다는 말은 못 들어봤으니 별일 없이 지나갈 것이다.

그래야 했다.

“무슨 일이냐.”

무시하고 돌아가려는데 이장로와 마주쳤다.

“그냥 웬 이상한 놈이 난동을 부리나 봅니다.”

대충 말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일도 있고 하니 빨리 자리를 뜨는 게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장로는 날 붙잡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네놈 찾아다니느라 삭신이 쑤시는구나.”

“저보다 건강해 보이시는 분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어제도 그렇지만 못 본사에 말대답하는 수준이 일품이 되었구나, 무공도 그렇게 일취월장해야 할 터인데.”

또 내 머릴 마구 헝클인다.

아, 어지러….

“근데, 절 찾으셨다고요?”

시종을 시켜 부르면 되지 왜 굳이 찾아오셨데?

“아, 별건 아니고 말이다. 이번에 구룡전이 끝나고…….”

“아니 대체 왜 안 된단 말이오! 보여줄 건 다 보여줬구만! 내가 여기서 흑야도라도 펼쳐야 믿소?”

“..자자 진정하시고 저희도 입장이….”

“아니 나도 시간이 없다니까 그러네! 신원확인만 되면 누구든 된다 하지 않았소.”

내가 말을 꺼내던 이장로의 시선이 이동했다. 흑야도는 팽가의 고유도공의 이름이다.

심지어 가주의 직계로만 내려오는 혈족 무공이었다.

뭔가 이상한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 재빨리 이장로를 붙잡으려 했으나 이미 이장로는 자리에 없었다.

“뭐야? 어디로 갔….”

“팽가의 아들놈이냐?”

이장로는 이미 팽 소가주라 주장하는 청년의 앞에 가 있었다.

“이…. 이장로를 뵙습니다!”

대뜸 나타난 이장로를 보고 신청을 받던 사용인들이 기겁하며 예를 취했다.

물론 뒤에 구가의 검대로 지원하고자 했던 이들의 시선도 집중됐다.

“어, 그래 나도 반갑다. 그래서 팽가의 아들놈이라고?”

이장로의 말에 청년이 자세를 고쳐잡는다.

“소가주 팽우진이라 합니다. 구가의 명성 높은 염아권(炎牙拳)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염아권을 소싯적 이장로가 중원에서 활동할 때의 별호였다.

이장로는 팽우진의 말에 씩 웃는다.

오랜만에 별호로 불리니 기분이 좋은 건가?

“팽가의 아들놈이 맞군. 이런 패도적인 몸뚱인 그쪽 집안이 아니면 없지. 얼굴도 가주놈과 똑 닮았어.”

팽가의 가주보고 놈이라니….

아무리 봐도 패도 라는 건 이장로와 더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래서, 여긴 왜 왔느냐?”

“구가의 검대에 지원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팽가의 소가주란 놈이 자기 집 검대는 냅두고 여기까지 와서?”

“거긴 재미가 없습니다.”

팽우진에 말에 이장로가 껄껄 웃었다. 마치 재밌는 놈을 발견했다는 눈이었다.

“미친놈이구나. 팽가에 미친놈이 있었어.”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듣는 편입니다.”

“칭찬 아니다 요놈아.”

팽우진이 포권을 취하고 있는데 손가락 사이 끼고 있는 칠흑색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팽아희가 끼고 있던 것과 똑같은 반지였다.

“좆됐네, 진짜잖아….”

팽가 놈이 왜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는 거지?

“신원확인만 되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하여 왔습니다. 한데 보여줄 걸 다 보여줘도 안 된다고 하니 곤란해하던 참이었습니다.”

“팽가놈에겐 허락은 받고 왔느냐?”

“허락은 죽어도 안 해 주실 것 같아 가출했습니다.”

진짜 미친놈이 저기에 있었다.

“진짜 미친놈이구나.”

이번만큼은 이장로의 마음과 같았다. 저건 진짜 미친놈이었다.

이장로는 팽우진의 몸을 한 번 훑더니 씩 웃는다. 뭔가 되게 변태 같은데…?

“몸이 잘 단련됐구나. 나이가 몇이지?”

“올해 스물셋이 됐습니다.”

“어리군, 근데 그 정도라…. 팽가가 용을 키우고 있구나. 우리 쪽 얼빵이놈도 네 녀석 반만 닮으면 좋을 텐데.”

얼빵이가 설마 날 말하는 건가?

갑자기 가만히 있다 비교를 당했으나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저 청년이 팽가의 팽우진이 맞다면 그는 용이 맞았으니까.

도제(刀帝) 팽우진.

머지않은 미래에 그에게 붙을 별호였다.

천마 직속 마인 부대 천라흑망대의 대주는 삼존의 일인인 패존(敗尊)과 맞붙어 동수를 이뤘던 이였다.

삼존과 동승을 이뤘다면 무공의 수위에 대해 말을 붙일 수 없는 이라는 의미다.

허나 그는 팽우진과의 싸움에서 죽게 된다.

비록 무수한 전투로 인해 지쳐있었다고 하나, 단신으로 맞붙어 팽우진이 이긴 것이다

이후 소식을 들은 패존이 직접 팽우진에게 도제라는 별호를 내렸다.

길게 자란 수염을 쓰다듬던 이장로가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신원확인도 됐고, 무력도 출중해 보이는데 괜찮지 않나?”

아니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람?

나와 생각이 같은지 접수대에 있던 사용인이 곤란해한다.

“...하지만 이장로님 그 아무리 그래도….”

“무엇이 문젠고, 본인 스스로 원하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저는 구룡전에 참가하길 원합니다. 꼭 구가의 검대로 일하고 싶습니다.”

“봐보게, 이리도 원하지 않는가.”

접수원의 동공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린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접수원이 흘린 식은땀으로 작은 물 웅덩이가 생기려 할때 마침 구원자가 나타났다.

“오라버니!”

대뜸 큰소리치며 나타난 것은 어제 만났던 팽아희였다.

“이 미친놈아!”

쿵 하고 기합을 넣더니 번쩍 뛰어든다. 저거 분명 내공을 담았다.

곧바로 팽아희의 내공을 꽉꽉 눌러 담은 발차기가 팽우진의 명치에 꽂혔다.

“끄으억!”

기습으로 당한 팽우진이 붕 뜨더니 접수대를 구르며 쓰러진다.

“..와, 저건 좀 많이 아프겠는데.”

죽은 거 아니야?

“이 미친놈이, 소가주까지 달아놓고 편지만 달랑 쓰고 가출을 해!?”

그런데도 분이 안 풀렸는지 팽아희가 팽우진에게 뛰어가 마구잡이로 밟기 시작했다.

다행히 팽우진은 안 죽었는지 밟히는 와중에 비명을 지른다.

“악…. 아악! 잠깐…!! 잠깐만…!”

“내팽개치고 가서 기껏 한다는 게 남의 집 검대를 한다고? 정신 나간 거야 진짜!?”

아 저긴 밟으면 안 되는 곳인데….

“오라비 이러다 죽겠어! 아희야 잠….”

“차라리 죽어! 그냥 죽어! 이 미친놈아!”

“내가 죽으면 가주는 누가 해!”

“신경꺼! 동네 개한테 맡겨도 너보단 잘하겠지!”

“아아악!”

잔혹한 광경에 고갤 돌렸다. 이장로도 곤란한지 뺨을 긁적거리고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이장로에게 말을 걸었다.

“놔둬도 되겠습니까? 저대로 두면 사람 하나 죽겠는데요.”

“팽가놈들은 하나같이 딴딴해서 만년한철로 패도 안 죽는다. 걱정하지 말거라.”

“살…….”

“...아닌 거 같은데요?”

한참을 인형 패듯 내리찍더니 분이 좀 풀렸는가 팽아희가 씩씩거리며 숨을 고른다.

땅바닥엔 살았는지 죽었는지 팽우진이 누워있었다.

“일어나.”

팽아희가 싸늘히 말하지만 팽우진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안 일어나면 돌을 집어다가 사타구닐 짓이겨 버릴 거야.”

“일어났습니다.”

상상도 못 한 잔인한 말에 팽우진이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났다.

팽아희는 팽우진을 보더니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

“하, 찾았으면 됐어요...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요 오라버니.”

팽아희 뒤로 검은색 도포를 몸에 두른 이들이 다가온다.

어제 만났던 팽아희의 호위인 여비를 포함한 팽가의 인원들이었다.

팽아희는 나와 이장로를 보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사소한 집안일로 구가의 일정에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번엔 팽가놈의 딸이냐?”

“예, 팽아희라 합니다. 염아권 대협.”

“네 오라비 못지않게 잘 단련되어있구나, 배아프게시리 그 곰 같은 녀석이 자식들은 잘 뒀어.”

누가 누구보고 곰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끼친 피해에 대한 것은 팽가에서 잊지 않고 꼭 배상하겠습니다. 저희는 더는 민폐 끼치지 않도록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난 안 갈 거다. 아희야.”

팽우진의 말에 팽아희가 도끼눈을 하고 고갤 돌렸다.

“계속 헛소리 하실 거에요?”

“헛소리가 아니다. 나는 팽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도대체 이유가 뭔데요 오라버니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요.”

“팽가는 재미가 없어.”

저 정신 나간 놈은 왜 자꾸 재미 타령이지? 내 속마음을 듣기라도 했는지 팽아희가 말했다.

“그럼 구가는 재밌어요? 하다못해 다른 세가는 팽가보다 재밌기라도 해요? 왜 자꾸 애먼 곳에서 재미 타령이에요.”

“적어도 우리 집 보단 재밌겠지.”

“오라버니, 제발 철 좀 드세요, 소가주잖아요.”

“그러니까 가주가 되기 전에 더 재미를 찾아야지, 가주가 되지 않을 방법은 내가 반병신이 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둘 다 싫거든.”

툭툭 자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팽우진의 눈엔 확고한 다짐이 들어있었다.

“가주가 되고 싶지 않으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날 제외하고 앉힐 놈은 보이지 않아. 아희 너를 제외하면 다른 놈들은 가문의 이름을 뒤집어쓴 짐승들이고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싹 모아서 싸워도 나한텐 삼초지적이다.”

혈족을 평가하며 단호하고 냉정한 말을 꺼낸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오만함이 섞여 있으나, 그에겐 그걸 집어 삼킬 재능이 분명 있었다.

“그렇다고 아희 너를 가주로 올리진 못하겠지. 그러니 나는 언젠가 가주로 앉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가주라는 귀찮고 싫은 이름도 받아들인 것이지.”

미친놈이 미친 말을 하는데 쓸데없이 정당성 있어 보이는 것은 나도 같이 정신이 나가 있어서 그런 걸까.

팽아희가 급히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갑갑한 상황에 두통이라도 오는 모양이다.

그때 이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웬만하면 노부도 재밌어 보여 그냥 받아주려 했는데, 팽가 입장도 있으니 이렇게 하지.”

이장로의 말에 팽우희는 불안한 눈으로 팽우진은 기대의 찬 눈으로 바라본다.

“노부와 대련을 해서 이기면 받아주겠네.”

“....진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뭔가 지혜로운 방법이라도 튀어나오나 싶었으나 어림도 없었다.

팽우진이 아무리 훗날 손에 꼽히는 고수가 된다고 하여도 지금은 후기지수다. 명가의 장로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 굳이 무력으로 이기지 않아도 되고 열합을 나눌 테니 그 안에 노부에게 닿기라도 하면 이기는 거로.”

“그거면 되는 겁니까?”

이장로의 말에 팽우진이 번뜩인다. 뒤에서 팽아희가 말은 못 하고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지만, 감히 끼어들진 못하는 듯 했다.

“딱, 열합을 주겠네. 그 안에 노부의 옷깃이라도 스치면 자네가 이기는걸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팽우진이 도를 뽑아 들고 자세를 취한다.

아니…. 잠깐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여기서 하겠다고?

“잠….”

최소한 대련장에서 해야 하지 않냐 말리려 하는데 이장로가 대뜸 팽우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빠아악!

뭔가 타격음으로 들리면 안 될법한 소리와 함께 팽우진이 땅바닥에 누웠다. 아까 팽아희의 공격에 땅바닥을 굴렀을 때와 달랐다.

저건 진짜 죽었을지 모르겠다.

“힘 조절했으니 금방 깨어날걸세.”

“...이장로님, 피하시기만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노부는 그런 말 한 적 없네만.”

이 뻔뻔한 노인네…….

“상호합의를 했으니 아무튼 해결 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대뜸 주먹부터 날리시면 어떡합니까. 상대가 상대인데.”

“뭔가 귀찮은 놈인 거 같을 땐 조용히 시키면 해결이지.”

“...그 방법이 폭력인 게 문제인 거 아닙니까?”

“폭력이라니! 애끼 이놈아, 무슨 무서운 소리를! 엄연한 대련이었다.”

“그리고 옷깃만 스쳐도 라고 했는데, 주먹이 닿았으니 어쨌든 닿은 거 아닙니까…?”

내가 조용히 치부를 찌르자 이장로는 헛기침 한 번 하더니 자리를 피했다.

그것까진 차마 생각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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