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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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9-21 11:56 조회 460 댓글 0본문
EP.5 하오문(1)
하오문 (1)
검존이 아직 질풍검(疾風劍)이라 불리던 시절.
사천 근방에 열린 진마경문 탓에 당문의 가주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흑룡검이 당문을 습격했다.
흑룡검(黑龍劍)과 흑룡대(黑龍隊)의 숫자는 못 해도 수백.
흑룡검은 절정을 넘은 무인이었고 흑룡대의 인원 대다수가 일류 무인이었다.
당문의 가주가 전서를 받고 세가로 도착하기까진 한참이 남았을 시간이었다.
당문의 가주, 당지악이 없는 사이 사천의 패자였던 당문을 집어삼키고 사천 전역을 지배하려던 흑룡검의 계획이었다.
특별한 이변이 없었다면 아마 그날 당문은 멸문했을지도 모를 일.
허나 흑룡검에겐 아쉽게도 이변이 존재했다.
이변은 당시 우연히 당문에 질풍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직접 보지 못한이는 믿지 못할 일이었다.
수백의 흑룡대와 절정 고수 흑룡검이 질풍검의 손에 모두 죽임을 당한 것.
홀로 수백의 인원을 상대하던 질풍검을 멀리서라도 지켜본 이가 말하길
질풍검이 휘두르는 검무는 당시 밤하늘에 떠올라있던 초승달같이 아름다웠지만.
검이 지나간 자리는 잔혹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짧지 않은 혈투가 끝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수백의 주검과 질풍검 뿐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당문에선 만년한철을 꺼내 질풍검에게 검을 만들어 선물했고.
그 검은 질풍검이 훗날 검존이 되어서까지 애병으로써 가지고 다녔다.
월섬검(月閃劍).
철을 다루길 중원 제일이라는 당가에서 수많은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담아 만든 검의 이름이다.
한데 그런 예술 작품 같은 검은 어디 가고…….
“빗자루네 빗자루야.”
검존의 손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이거 맞는 거야 진짜?
******************
미시(13시~15)가 막 넘은 시간.
나는 따스하게 내리는 햇빛을 맞으며 마루에 앉아 있었다.
무얼 하느냐 하면 명상이라 하겠지만.
깊이 파고들면 저 멀리 열심히 빗자루질하는 왜소한 등을 보고 있었다.
살짝 굽은 등에 무성한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힘차게 바닥을 쓸고 있었다.
누군지 스스로도 믿기 힘들지만, 노인은 검존이었다.
“...검존이 우리 집에서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걸 보다니.”
이게 정말 맞는 걸까.
검존과 위설아가 내 보필을 한답시고 처소에 사용인으로 들어온 지 이틀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반쯤 정신을 놓고 있었다.
어째서 이들이 갑자기 들어오게 됐는지 총관에게 물었으나.
‘가주님의 명입니다.’
라는 말로 끝이었다. 사실 예상했던 답변이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가주 실로 쳐들어가 구철운에게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아닌가? 차라리 따지고 드는 게 맞았을까.
많은 생각을 했으나, 결론을 쉬이 내지 못하고 시간 지나버렸다.
지금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깽판이라도 쳐서 쫓아내는 게 미래를 위해 맞는 선택이 아닐까 싶었지만.
감히 검존에게 깽판 부릴 만큼 목숨이 여러 개는 아니었기에 그건 일단 포기했다.
피곤한 고개를 검존에게서 돌리니 다른 문제점이 보인다.
“설아야 혼자 너무 많이 들면 위험해, 언니랑 같이 들까?”
“아니! 설아 할 수 있어!”
“어, 어! 설아야! 앞에 돌부리…!”
“으응? 으기약!”
“....”
나는 그 모습을 보다 시선을 돌렸다.
위설아는 시종들 사이에서 막내 여동생 같은 취급을 받으며 예쁨을 받는 것 같았으나.
일은 지지리도 못했다.
무인으로서 월등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텐데 몸으로 하는 걸 저렇게 못 하는 게 말이 될까?
지금도 빨랫감을 들고 가다 죄다 엎어버리지 않았는가.
울상이 된 위설아를 시종들이 어르고 달래준다.
그렇다고 흙바닥을 구른 빨랫감이 다시 돌아오진 않지만.
다행인 건 아직 세탁하기 전이였다는 것이다. 그 모습까지만 보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움직이려는 걸 본 건지 위설아가 후다닥 내게 달려온다.
“하던 일 하지 왜.”
“도련님이 어디 갈 때 꼭 따라가라고 했어요!”
“...누가 그렇게 말했어?”
“할아부지가!”
“....그래.”
왜 그러셨어요….
명목으로 보자면 직속 시종이라는 있어 보이는 말이었으나.
내가 볼 땐 그냥 떠넘기기였다.
실제로 다른 사용인들이 위설아에게 유독 잘해주는 이유도 자신들이 가장 꺼리는 일을 반강제로 맡겼기 때문이 아닐까.
위설아가 들어옴으로써 내 눈치만 보던 처소의 불편한 분위기가 풀린 것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나름 명가의 자식인데 전속 시종을 이렇게 대충 막 정해도 되는 거야?
집안 시종의 관련된 일이니 분명 총관이 손을 댔을 일이었다.
‘아버진 물론이고 총관도 사실 검존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하도 시종들이 일을 관둬서 에라 모르겠단 식으로 정한 걸까.’
세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총관이 모를 리 없었으니 필시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가 봤을 때 후자일 것 같았다
뒤따라 들어온 위설아가 내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려 하지만, 서툰 솜씨에 결국 내가 하겠다며 위설아를 말렸다.
거절당한 것이 속상했는지 눈에 눈물이 살짝 글썽거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어지간히도 손재주가 없어 아직은 맡기기 어려웠다.
‘아니지, 애초에 이런 걸 시켜도 되는 게 맞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듯했으나, 불안감을 덮씌워 보자면 급하게 움직일 필요성도 없잖아 있었다.
지금 세가 밖을 나서는 이유도 그중 하나였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저잣거리까지 따라나가려던 위설아를 다른 시종에게 보냈다.
아직 일을 배우는 게 끝나지 않았다는 명분이 있으니 보내기는 쉬웠다.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위설아는 아쉬워 보이는 눈빛을 보냈다.
나로선 위설아를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
정말 시종으로 대하기엔 훗날을 생각하자니 그래선 안 됐고, 뭔가 다르게 대하기엔 그것도 그것대로 어려운 문제였다.
처소 밖으로 나가려니 검존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검존이 예를 가추며 고개를 숙인다.
굉장한 의미로 불편함이 느껴져 얼른 처소 밖으로 발을 옮겼다.
처소에서 나가니 호위인 무연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총관께 들었습니다. 저잣거리에 나가신다고.”
“얼마 걸린 않을 거야 아마 해가 지기 전엔 세가로 돌아올 거야.”
“알겠습니다.”
그 외적인 부분은 물어보지 않는다. 호위로서 잘 교육받은 티가 났다.
‘문제는 호위 대상이 나였다는 게 좀 불쌍하지만.’
세가를 나가 한식경 정도를 걸으니 처음 위설아를 만났던 저잣거리가 나왔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수련을 얼마나 안 했으면 이거 조금 걸었다고 숨이 차는 걸 느끼고 있었다.
조금 쉬다 가고 싶은 걸 느꼈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까진 들어가야 하니 서둘렀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 골목을 뒤지고 다녔다.
무연은 위험한 지역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나 내 행동을 제지하진 않았다.
“찾았다.”
한참을 뒤적거려 겨우 표식이 적혀있는 건물을 찾았다.
다 낡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분명 내가 찾던 곳이 맞았다.
“혹시 지금 시간대엔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네.”
“도련님…. 여길 대체 어떤 이유로 오신 겁니까?”
“왜? 보기에 이상해?”
“예…. 솔직히 그렇습니다. 건물은 그렇다 쳐도 주위 느낌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감각이 되게 좋네, 맞아 딱 그거야.”
끼이이익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뭐야, 웬 애새끼지? 누가 우리 몰래 새끼라도 쳤어?”
“뭔 역겨운 소리를 하고 있어. 그냥 길을 잘못 든 거겠지.”
“뒤에 서 있는 놈은 뭔데, 딱 봐봐 칼 차고 있잖아.”
어둑어둑한 건물 내부와 척 봐도 공격적인 분위기에 무연이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러든 말든 놈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놈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꼬맹아, 막 쏘다니기에 여기가 그다지 평화로운 동네가 아닐 텐데, 여기까진 어찌한 일로 왔을까?”
이런 느낌은 참 오랜만이네, 근래 들어 높은 사람 취급을 받다 이런 취급을 받으니 오히려 익숙한 느낌이라 편했다.
사내의 말에 내가 살짝 웃으며 답했다.
“왜 찾아왔겠어, 손님으로 찾아온 거지.”
“우리 애새끼가 말이 많이 짧네? 혀도 그만큼 짧게 쳐줘야 정신을 좀 차릴까나?”
놈이 낄낄거리며 말하는 말에 결국 무연이 검을 뽑고자 하지만, 재빨리 내가 제지했다.
“도련님, 이놈이 지금 감히.”
“일단 가만히 좀 있어 봐.”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것 같은 무연을 두고 앞에 비릿한 미소만 짓고 있는 놈에게 말했다.
“어차피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을 거고 이 근방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다 알고 있었잖아. 우리 쉽게 쉽게 가자.”
분위기에 맞춰서 좀 어울려 주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외출을 허락받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내가 꺼낸 말에 놈이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간 보지 말자, 내가 시간이 많이 없네? 애초에 나도 다 알고 온 거니까 쓸데없는 연기는 좀 빼자고 우리.”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말에 놈이 다시 연기를 해보려 하지만 이미 순간 깨져버린 표정을 되돌리긴 늦었다.
“구가에서 알고 여길 밀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인데. 함부로 그럴 명분도 없을뿐더러 다툼이 나면 우리도 손해거든?”
사내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게 보인다.
“말했지만 내가 시간이 좀 촉박해요. 지금은 엄연히 고객으로 온 거니까 빨리 가서 지부장 불러. 네놈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상황 만들어 버리기 전에.”
내 엄포에 사내의 동공이 흔들린다.
사실 그럴만한 능력은 요만큼도 없지만 일단 지르고 봐야지 알아들을 놈들이었다.
무언가 달라진 거 같은 상황에 무연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도련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별거 아니야, 알아볼 게 있어서 원래는 개방에 가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문제가 좀 있었거든.”
무연이 흠칫한다. 내 말에 예상가는 곳이 있어서 그럴까? 생각보다 훨씬 감이 좋은 친구였다.
따돌리고 오면 좋았겠지만, 지금 상태의 몸으론 도저히 할 수 없을 일이었다.
“끌고 와서 미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말이야.”
무력이 아닌 정보력만으로 구파일방(九派一幇)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개방(丐幇). 원래였으면 개방을 찾아가 의뢰를 하는 게 편하겠지만.
개방도 정파는 정파인지라 문제가 될 만한 것은 하지 않는다.
일확천금을 들이부으면 모르겠지만 말이지.
아무튼, 내가 할 의뢰에 개방은 문제가 좀 있으니 다른 곳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정파가 정보력으로 개방이 제일이라 하면.
사파의 정보력이라면 이곳이었다.
하오문(下汚門). 나는 하오문에 찾아왔다.
*************************
하오문에서 제대로 된 안내를 받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내가 연락을 취한 뒤, 우리를 건물 뒤편 지하로 안내했다.
무연은 ‘도련님을 이런 위험한 곳에 함부로 데려갈 수 없다!’라고 했으나 설득할 시간이 없어 명령이라며 무시했다.
지하로 내려갔을 때 뱀을 닮은 얼굴에 실눈을 한 청년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산서 지부 지부장 도운추라고 합니다.”
흰 피부에 상당히 미남이었다. 물론 하오문인 만큼 인피면구(人皮面具)일게 뻔했지만.
“저희를 찾는 분치고는 너무 의외인 분이라…. 너무 과격한 모습을 내비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는 괜찮고, 그래서 의뢰받아줄 건가?”
“그 전에 먼저 구가와 같이 정파 명가에서 굳이 저희 같은 사파 나부랭이를 찾아 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자꾸 이상한 걸 물어보네, 의뢰하러 왔다고 했잖아.”
“굳이 개방을 두고 저희한테 오신 걸 여쭙는 겁니다.”
같은 정파인 개방을 두고 굳이 사파까지 찾아와서 의뢰하는 이유?
“개방은 못 하고 하오문은 할 수 있는 의뢰니까 왔겠지.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왜 자꾸 확인하려 드는 거지.”
귀찮게 굴어 살짝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나오자 뱀눈의 청년이 살짝 웃었다.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공자님 소문이 소문이다 보니 저희도 확인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서….”
기껏 해봐야 이제 겨우 열다섯이나 됐을 법한 소년. 하다못해 구가에서 반쯤 내놓은 것 같다는 말썽쟁이가 찾아와 의뢰한다 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부장인 제가 직접 공자님 앞에 나타난 것은, 오직 공자님의 성씨 때문입니다.”
“알고 있어, 그니까 내 이름은 이름이니, 의뢰를 받을 거냐고 물어보잖아. 벌써 세 번째야 알아?”
“하오문은 의뢰를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대가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말이죠.”
도운추가 자세를 살짝 풀었다. 의뢰를 들어보겠다는 표시였다.
이제야 말을 좀 할 수 있으려나.
“사람 한 명을 찾고 있어. 나이는 이제 열 살 조금 넘었을 남자아이.”
나는 품속에서 인상착의와 지역을 적은 종이를 도운추에게 건넸다.
종이를 건네받은 도운추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해가 잘 안 가네요 공자님. 사람을 찾는 일이라면 더더욱 굳이 하오문을 찾을 이유가 없을 텐데요.”
“지역이 좀 멀기도 하고 알고 있는 범위가 좀 좁아서 말이야. 개방은 의뢰비가 비싸잖아.”
구파일방의 정파라는 점에서 잘 알려진 만큼 개방의 신용도는 높은 편이다.
그리고 그만큼 받아내는 의뢰비도 높은 편이었다.
아마 지금 하오문에 건넨 똑같은 의뢰를 개방에 건네면 하오문에 곱절은 더 받지 않을까.
다만 조금 문제가 있다면.
“공자님, 저희도 그렇게 적은 금액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곱절이 싸다 한들 저렴하단 의미는 아니었다.
“알고 있어, 근데 하오문이라면 낼 수 있어서 찾아온 거야.”
도운추는 내가 건네준 종이를 보고 있었다.
“인상착의가 특이해서 찾기 쉬운 건 맞으나 지역이 넓고 산서와 멀기까지 하니 쉬운 의뢰는 아닙니다.”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겠지?”
도운추가 그에 맞는 금액을 얘기했다.
뒤에 있던 무연이 액수를 듣고 헛숨을 삼켰다.
세가에서 나한테 주는 돈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상상하기도 무서운 액수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못 찾을수록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정도 금액이….”
“미안 우리가 지급할 건 돈이 아니라서.”
“...뭐라고요?”
정파 인으로서 하오문을 찾아 의뢰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구가의 이름표를 달고 사파와 엮이는 것 자체가 그랬으니.
그런데도 하오문을 찾은 이유는 그들이 어디 가서 얘기를 함부로 못 할 것이고 내 의뢰를 필시 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정보가 있는데, 이걸로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길래.”
“....공자님. 여기가 어딘지 잊으셨습니까?”
어디긴, 중원에선 정보량만 따지면 개방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지.
“감히 자신하겠는데, 저희가 가진 정보량은 개방보다 많을 겁니다.”
개방은 정파라는 명분 탓에 쉬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겠지만, 하오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마 그 차이 탓에 어찌 보면 저런 오만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거겠지.
“하물며 공자님이 아는 것을 저희가 모를 리 없을 겁니다. 의뢰비가 없으시다면 이번 일은 없던….”
“하오문주(下汚門主).”
툭 던진 말에 지부장 도운추가 말을 멈췄다.
표정을 잘 살펴볼 수 없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있었다.
“행방불명된 하오문주의 위치. 궁금하지 않아?”
말이 끝나자마자 내게 검날이 쇄도했다.
하오문 (1)
검존이 아직 질풍검(疾風劍)이라 불리던 시절.
사천 근방에 열린 진마경문 탓에 당문의 가주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흑룡검이 당문을 습격했다.
흑룡검(黑龍劍)과 흑룡대(黑龍隊)의 숫자는 못 해도 수백.
흑룡검은 절정을 넘은 무인이었고 흑룡대의 인원 대다수가 일류 무인이었다.
당문의 가주가 전서를 받고 세가로 도착하기까진 한참이 남았을 시간이었다.
당문의 가주, 당지악이 없는 사이 사천의 패자였던 당문을 집어삼키고 사천 전역을 지배하려던 흑룡검의 계획이었다.
특별한 이변이 없었다면 아마 그날 당문은 멸문했을지도 모를 일.
허나 흑룡검에겐 아쉽게도 이변이 존재했다.
이변은 당시 우연히 당문에 질풍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직접 보지 못한이는 믿지 못할 일이었다.
수백의 흑룡대와 절정 고수 흑룡검이 질풍검의 손에 모두 죽임을 당한 것.
홀로 수백의 인원을 상대하던 질풍검을 멀리서라도 지켜본 이가 말하길
질풍검이 휘두르는 검무는 당시 밤하늘에 떠올라있던 초승달같이 아름다웠지만.
검이 지나간 자리는 잔혹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짧지 않은 혈투가 끝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수백의 주검과 질풍검 뿐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당문에선 만년한철을 꺼내 질풍검에게 검을 만들어 선물했고.
그 검은 질풍검이 훗날 검존이 되어서까지 애병으로써 가지고 다녔다.
월섬검(月閃劍).
철을 다루길 중원 제일이라는 당가에서 수많은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담아 만든 검의 이름이다.
한데 그런 예술 작품 같은 검은 어디 가고…….
“빗자루네 빗자루야.”
검존의 손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이거 맞는 거야 진짜?
******************
미시(13시~15)가 막 넘은 시간.
나는 따스하게 내리는 햇빛을 맞으며 마루에 앉아 있었다.
무얼 하느냐 하면 명상이라 하겠지만.
깊이 파고들면 저 멀리 열심히 빗자루질하는 왜소한 등을 보고 있었다.
살짝 굽은 등에 무성한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힘차게 바닥을 쓸고 있었다.
누군지 스스로도 믿기 힘들지만, 노인은 검존이었다.
“...검존이 우리 집에서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걸 보다니.”
이게 정말 맞는 걸까.
검존과 위설아가 내 보필을 한답시고 처소에 사용인으로 들어온 지 이틀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반쯤 정신을 놓고 있었다.
어째서 이들이 갑자기 들어오게 됐는지 총관에게 물었으나.
‘가주님의 명입니다.’
라는 말로 끝이었다. 사실 예상했던 답변이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가주 실로 쳐들어가 구철운에게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아닌가? 차라리 따지고 드는 게 맞았을까.
많은 생각을 했으나, 결론을 쉬이 내지 못하고 시간 지나버렸다.
지금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깽판이라도 쳐서 쫓아내는 게 미래를 위해 맞는 선택이 아닐까 싶었지만.
감히 검존에게 깽판 부릴 만큼 목숨이 여러 개는 아니었기에 그건 일단 포기했다.
피곤한 고개를 검존에게서 돌리니 다른 문제점이 보인다.
“설아야 혼자 너무 많이 들면 위험해, 언니랑 같이 들까?”
“아니! 설아 할 수 있어!”
“어, 어! 설아야! 앞에 돌부리…!”
“으응? 으기약!”
“....”
나는 그 모습을 보다 시선을 돌렸다.
위설아는 시종들 사이에서 막내 여동생 같은 취급을 받으며 예쁨을 받는 것 같았으나.
일은 지지리도 못했다.
무인으로서 월등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텐데 몸으로 하는 걸 저렇게 못 하는 게 말이 될까?
지금도 빨랫감을 들고 가다 죄다 엎어버리지 않았는가.
울상이 된 위설아를 시종들이 어르고 달래준다.
그렇다고 흙바닥을 구른 빨랫감이 다시 돌아오진 않지만.
다행인 건 아직 세탁하기 전이였다는 것이다. 그 모습까지만 보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움직이려는 걸 본 건지 위설아가 후다닥 내게 달려온다.
“하던 일 하지 왜.”
“도련님이 어디 갈 때 꼭 따라가라고 했어요!”
“...누가 그렇게 말했어?”
“할아부지가!”
“....그래.”
왜 그러셨어요….
명목으로 보자면 직속 시종이라는 있어 보이는 말이었으나.
내가 볼 땐 그냥 떠넘기기였다.
실제로 다른 사용인들이 위설아에게 유독 잘해주는 이유도 자신들이 가장 꺼리는 일을 반강제로 맡겼기 때문이 아닐까.
위설아가 들어옴으로써 내 눈치만 보던 처소의 불편한 분위기가 풀린 것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나름 명가의 자식인데 전속 시종을 이렇게 대충 막 정해도 되는 거야?
집안 시종의 관련된 일이니 분명 총관이 손을 댔을 일이었다.
‘아버진 물론이고 총관도 사실 검존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하도 시종들이 일을 관둬서 에라 모르겠단 식으로 정한 걸까.’
세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총관이 모를 리 없었으니 필시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가 봤을 때 후자일 것 같았다
뒤따라 들어온 위설아가 내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려 하지만, 서툰 솜씨에 결국 내가 하겠다며 위설아를 말렸다.
거절당한 것이 속상했는지 눈에 눈물이 살짝 글썽거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어지간히도 손재주가 없어 아직은 맡기기 어려웠다.
‘아니지, 애초에 이런 걸 시켜도 되는 게 맞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듯했으나, 불안감을 덮씌워 보자면 급하게 움직일 필요성도 없잖아 있었다.
지금 세가 밖을 나서는 이유도 그중 하나였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저잣거리까지 따라나가려던 위설아를 다른 시종에게 보냈다.
아직 일을 배우는 게 끝나지 않았다는 명분이 있으니 보내기는 쉬웠다.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위설아는 아쉬워 보이는 눈빛을 보냈다.
나로선 위설아를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
정말 시종으로 대하기엔 훗날을 생각하자니 그래선 안 됐고, 뭔가 다르게 대하기엔 그것도 그것대로 어려운 문제였다.
처소 밖으로 나가려니 검존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검존이 예를 가추며 고개를 숙인다.
굉장한 의미로 불편함이 느껴져 얼른 처소 밖으로 발을 옮겼다.
처소에서 나가니 호위인 무연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총관께 들었습니다. 저잣거리에 나가신다고.”
“얼마 걸린 않을 거야 아마 해가 지기 전엔 세가로 돌아올 거야.”
“알겠습니다.”
그 외적인 부분은 물어보지 않는다. 호위로서 잘 교육받은 티가 났다.
‘문제는 호위 대상이 나였다는 게 좀 불쌍하지만.’
세가를 나가 한식경 정도를 걸으니 처음 위설아를 만났던 저잣거리가 나왔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수련을 얼마나 안 했으면 이거 조금 걸었다고 숨이 차는 걸 느끼고 있었다.
조금 쉬다 가고 싶은 걸 느꼈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까진 들어가야 하니 서둘렀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 골목을 뒤지고 다녔다.
무연은 위험한 지역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나 내 행동을 제지하진 않았다.
“찾았다.”
한참을 뒤적거려 겨우 표식이 적혀있는 건물을 찾았다.
다 낡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분명 내가 찾던 곳이 맞았다.
“혹시 지금 시간대엔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네.”
“도련님…. 여길 대체 어떤 이유로 오신 겁니까?”
“왜? 보기에 이상해?”
“예…. 솔직히 그렇습니다. 건물은 그렇다 쳐도 주위 느낌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감각이 되게 좋네, 맞아 딱 그거야.”
끼이이익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뭐야, 웬 애새끼지? 누가 우리 몰래 새끼라도 쳤어?”
“뭔 역겨운 소리를 하고 있어. 그냥 길을 잘못 든 거겠지.”
“뒤에 서 있는 놈은 뭔데, 딱 봐봐 칼 차고 있잖아.”
어둑어둑한 건물 내부와 척 봐도 공격적인 분위기에 무연이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러든 말든 놈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놈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꼬맹아, 막 쏘다니기에 여기가 그다지 평화로운 동네가 아닐 텐데, 여기까진 어찌한 일로 왔을까?”
이런 느낌은 참 오랜만이네, 근래 들어 높은 사람 취급을 받다 이런 취급을 받으니 오히려 익숙한 느낌이라 편했다.
사내의 말에 내가 살짝 웃으며 답했다.
“왜 찾아왔겠어, 손님으로 찾아온 거지.”
“우리 애새끼가 말이 많이 짧네? 혀도 그만큼 짧게 쳐줘야 정신을 좀 차릴까나?”
놈이 낄낄거리며 말하는 말에 결국 무연이 검을 뽑고자 하지만, 재빨리 내가 제지했다.
“도련님, 이놈이 지금 감히.”
“일단 가만히 좀 있어 봐.”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것 같은 무연을 두고 앞에 비릿한 미소만 짓고 있는 놈에게 말했다.
“어차피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을 거고 이 근방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다 알고 있었잖아. 우리 쉽게 쉽게 가자.”
분위기에 맞춰서 좀 어울려 주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외출을 허락받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내가 꺼낸 말에 놈이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간 보지 말자, 내가 시간이 많이 없네? 애초에 나도 다 알고 온 거니까 쓸데없는 연기는 좀 빼자고 우리.”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말에 놈이 다시 연기를 해보려 하지만 이미 순간 깨져버린 표정을 되돌리긴 늦었다.
“구가에서 알고 여길 밀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인데. 함부로 그럴 명분도 없을뿐더러 다툼이 나면 우리도 손해거든?”
사내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게 보인다.
“말했지만 내가 시간이 좀 촉박해요. 지금은 엄연히 고객으로 온 거니까 빨리 가서 지부장 불러. 네놈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상황 만들어 버리기 전에.”
내 엄포에 사내의 동공이 흔들린다.
사실 그럴만한 능력은 요만큼도 없지만 일단 지르고 봐야지 알아들을 놈들이었다.
무언가 달라진 거 같은 상황에 무연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도련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별거 아니야, 알아볼 게 있어서 원래는 개방에 가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문제가 좀 있었거든.”
무연이 흠칫한다. 내 말에 예상가는 곳이 있어서 그럴까? 생각보다 훨씬 감이 좋은 친구였다.
따돌리고 오면 좋았겠지만, 지금 상태의 몸으론 도저히 할 수 없을 일이었다.
“끌고 와서 미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말이야.”
무력이 아닌 정보력만으로 구파일방(九派一幇)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개방(丐幇). 원래였으면 개방을 찾아가 의뢰를 하는 게 편하겠지만.
개방도 정파는 정파인지라 문제가 될 만한 것은 하지 않는다.
일확천금을 들이부으면 모르겠지만 말이지.
아무튼, 내가 할 의뢰에 개방은 문제가 좀 있으니 다른 곳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정파가 정보력으로 개방이 제일이라 하면.
사파의 정보력이라면 이곳이었다.
하오문(下汚門). 나는 하오문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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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에서 제대로 된 안내를 받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내가 연락을 취한 뒤, 우리를 건물 뒤편 지하로 안내했다.
무연은 ‘도련님을 이런 위험한 곳에 함부로 데려갈 수 없다!’라고 했으나 설득할 시간이 없어 명령이라며 무시했다.
지하로 내려갔을 때 뱀을 닮은 얼굴에 실눈을 한 청년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산서 지부 지부장 도운추라고 합니다.”
흰 피부에 상당히 미남이었다. 물론 하오문인 만큼 인피면구(人皮面具)일게 뻔했지만.
“저희를 찾는 분치고는 너무 의외인 분이라…. 너무 과격한 모습을 내비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는 괜찮고, 그래서 의뢰받아줄 건가?”
“그 전에 먼저 구가와 같이 정파 명가에서 굳이 저희 같은 사파 나부랭이를 찾아 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자꾸 이상한 걸 물어보네, 의뢰하러 왔다고 했잖아.”
“굳이 개방을 두고 저희한테 오신 걸 여쭙는 겁니다.”
같은 정파인 개방을 두고 굳이 사파까지 찾아와서 의뢰하는 이유?
“개방은 못 하고 하오문은 할 수 있는 의뢰니까 왔겠지.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왜 자꾸 확인하려 드는 거지.”
귀찮게 굴어 살짝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나오자 뱀눈의 청년이 살짝 웃었다.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공자님 소문이 소문이다 보니 저희도 확인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서….”
기껏 해봐야 이제 겨우 열다섯이나 됐을 법한 소년. 하다못해 구가에서 반쯤 내놓은 것 같다는 말썽쟁이가 찾아와 의뢰한다 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부장인 제가 직접 공자님 앞에 나타난 것은, 오직 공자님의 성씨 때문입니다.”
“알고 있어, 그니까 내 이름은 이름이니, 의뢰를 받을 거냐고 물어보잖아. 벌써 세 번째야 알아?”
“하오문은 의뢰를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대가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말이죠.”
도운추가 자세를 살짝 풀었다. 의뢰를 들어보겠다는 표시였다.
이제야 말을 좀 할 수 있으려나.
“사람 한 명을 찾고 있어. 나이는 이제 열 살 조금 넘었을 남자아이.”
나는 품속에서 인상착의와 지역을 적은 종이를 도운추에게 건넸다.
종이를 건네받은 도운추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해가 잘 안 가네요 공자님. 사람을 찾는 일이라면 더더욱 굳이 하오문을 찾을 이유가 없을 텐데요.”
“지역이 좀 멀기도 하고 알고 있는 범위가 좀 좁아서 말이야. 개방은 의뢰비가 비싸잖아.”
구파일방의 정파라는 점에서 잘 알려진 만큼 개방의 신용도는 높은 편이다.
그리고 그만큼 받아내는 의뢰비도 높은 편이었다.
아마 지금 하오문에 건넨 똑같은 의뢰를 개방에 건네면 하오문에 곱절은 더 받지 않을까.
다만 조금 문제가 있다면.
“공자님, 저희도 그렇게 적은 금액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곱절이 싸다 한들 저렴하단 의미는 아니었다.
“알고 있어, 근데 하오문이라면 낼 수 있어서 찾아온 거야.”
도운추는 내가 건네준 종이를 보고 있었다.
“인상착의가 특이해서 찾기 쉬운 건 맞으나 지역이 넓고 산서와 멀기까지 하니 쉬운 의뢰는 아닙니다.”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겠지?”
도운추가 그에 맞는 금액을 얘기했다.
뒤에 있던 무연이 액수를 듣고 헛숨을 삼켰다.
세가에서 나한테 주는 돈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상상하기도 무서운 액수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못 찾을수록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정도 금액이….”
“미안 우리가 지급할 건 돈이 아니라서.”
“...뭐라고요?”
정파 인으로서 하오문을 찾아 의뢰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구가의 이름표를 달고 사파와 엮이는 것 자체가 그랬으니.
그런데도 하오문을 찾은 이유는 그들이 어디 가서 얘기를 함부로 못 할 것이고 내 의뢰를 필시 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정보가 있는데, 이걸로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길래.”
“....공자님. 여기가 어딘지 잊으셨습니까?”
어디긴, 중원에선 정보량만 따지면 개방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지.
“감히 자신하겠는데, 저희가 가진 정보량은 개방보다 많을 겁니다.”
개방은 정파라는 명분 탓에 쉬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겠지만, 하오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마 그 차이 탓에 어찌 보면 저런 오만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거겠지.
“하물며 공자님이 아는 것을 저희가 모를 리 없을 겁니다. 의뢰비가 없으시다면 이번 일은 없던….”
“하오문주(下汚門主).”
툭 던진 말에 지부장 도운추가 말을 멈췄다.
표정을 잘 살펴볼 수 없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있었다.
“행방불명된 하오문주의 위치. 궁금하지 않아?”
말이 끝나자마자 내게 검날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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