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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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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9-21 12:14 조회 5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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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악몽 (2)

마공이 왜 무서운지 아는가.

어느 심공과도 섞일 수 있기에 무서운 것이다.

당장 내가 배운 구염화륜공과 비교해도 그렇다.

구염환륜공의 내기는 온몸을 뒤집고 다니는 난폭한 심법이다.

내기를 몸에 둘러 폭발적인 신체 능력과 파괴력을 지니게 되지만, 인간의 육신이란 결국 소모적이다.

결국, 육체가 망가지는 시기를 앞당겨 폭발 시키는 무공이다.

물론 무공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변화를 겪을 수 있으나, 최소한 난폭하고 파괴적인 무공이란 건 다름이 없다.

여기서 만약 무당의 태극이나, 화산의 매화심법이라도 같이 배우게 되면 구염화륜공과 도기의 심법이 마찰을 일으켜 혈도를 망가트린다.

이는 결국 주화입마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반병신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마공은 그런 게 없다.

마교가 중원에 나타난 이후 사파고 정파고 할 것 없이 배신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난 이유가 이것이다.

무당의 의천공은 잔잔한 물결 같은 내공에 날카로움이 더해지고.

화산의 매화는 검게 물드나 더욱 찬란해지며.

소림의 일보신권이 가진 단단함과 강대함에 파괴력이 담긴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던 무공의 부족함을 마공은 너무도 쉽게 채울 수 있다.

이는 모두 천마의 힘이었다. 마공은 배울 필요도 수련할 필요도 없다.

마교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

이는 천마가 내리는 축복이자 저주였다.

“시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천마에게 얻은 마공은 단 한 가지다. 바로 마도천흡공(魔導泉吸功).

오로지 강해지길 바랐던 내 추한 마음으로 얻어낸 마공.

마석을 영물의 내단이나 영단처럼 내공으로 흡수하는 마공이었다.

이 마공이 내가 범재 미만의 재능을 가지고 강자들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다만, 그건 엄연히 전생의 얘기다.

나는 이번 생에 마교의 ‘마’자와도 가까이 가지 않았고, 지금은 중원에 천마는커녕 마인이 나타나기도 전이었다.

‘그럼 지금 상황은 뭔데….’

투명하게 변한 마석을 약간의 힘을 줘보니 손쉽게 바스러졌다.

마도천흡공으로 인해 힘을 모두 빨린 마석의 특징이었다. 속에 쌓인 내공만 해도 그렇다.

아주 작지만 분명 조금은 늘어난 상태였다.

마교와의 연관성을 떠나 내공이 늘면 좋은 게 아니냐 하겠지만.

마인이 마인(魔人)이라 불리는 이유는 마공을 배워서가 아니다.

마기(魔氣)를 지녔기 때문이다.

무당의 태극이든 화산의 매화든 선기의 무공이 검게 물드는 이유 또한 이것이었다.

문제는 마기가 몸에 끼치는 영향이 문제였다.

마기에 잠식된 인간이 어떻게 되어가는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도대체 어떻게….”

마석이 품은 기운은 마기다. 마도천흡공은 그걸 흡수해 몸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지금 내 몸 안에 마기가 돌고 있다는 의미였다.

곧바로 구염화륜공을 돌려 내기를 확인해봤다. 서둘러 마기를 찾기 위해 구석구석 확인해봤는데.

“...왜 없지?”

놀랍게도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몸속에 자리 잡은 마기는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질적인 기운을 놓칠 수는 없었다.

한데 마석으로 흡수했을 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확인해봐도 몸속에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마기가 얕아서 그런가?’

기껏 해봐야 녹마석, 내공으로 치면 반의 반갑자는 커녕 반년 치도 안 될 양이었다.

내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무연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도련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멀쩡해, 하나도 안 다쳤어.”

“마차에 들어가 계시라니까 그걸 냅다 달려드시면 어찌합니까? 다치시면 어찌하시려고요.”

“미안, 다음엔 조심할게.”

호위였을 무연이 굉장히 곤란했을 행동이었다. 나로서도 반쯤 억지를 부린 것이니 사과를 건넸다.

나는 다른 녹각견이 죽어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뿔이 깔끔히 잘려있는 것이 처음에 무연이 처리한 놈이었다.

“도련님?”

아까와 같이 다시금 팔에 구염화륜공을 두르고 놈의 몸을 찔러 마석을 뽑아냈다.

‘좆같아도 확인해봐야지.’

차라리 운이 좋았다느니 마석에 마기가 없었다느니 하는 일로 넘기고 싶었으나.

한 번 몸에 담긴 마기는 아무리 양이 적다 한들 결국은 몸을 천천히 잠식할 것이다.

이미 몸에 마기가 담겼다면 늦었다는 의미였다.

찌릿한 감각이 손에서 느껴진다.

아까와 같은 감각이다. 손에 들고 있던 녹마석이 색이 옅어지다 결국 투명해졌다. 몸에 차오른 내공의 양 또한 아까와 같았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여기까진 좋았으나.

이번엔 아까와 다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다신 느끼기 싫은 기운이 그곳에 있었다.

“조졌다….”

이건 분명 마기였다. 착각할 리 없었다. 아주 작은 마기는 점차 부풀더니 몸 안의 내공을 집어삼키고자 움직인다.

허나 허기진 듯 내공을 점점 집어삼키던 마기에 이변이 생긴다.

-화륵.

단전에 품고 있던 구염화륜공이 마기를 오히려 집어삼킨 것이다.

“뭐야 이건…?”

처음 먹었던 마석의 마기가 어찌하여 안 느껴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기를 정화했어?’

정화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을까?

내가 느낀 것은 구염화륜공이 게걸스럽게 마기를 집어삼키는 감각이었다.

분명 전생엔 없던 일이었다.

마기가 집어삼켰으면 삼켰지 반대로 먹히는 일 같은 건 본 적이 없다.

도가의 심공과 소림의 심공조차 마기에 짓눌려 잡아먹히기 일쑤인데 어째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겠어.”

왜 계속 예상과 다른 일들이 터지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시작부터 꼬였던 터라 그런 걸까.

우선 마기가 몸 안에 없다는 것은 잘된 일일 것이다.

어쩌면 마석이 가진 마기를 정화한 체 내공만 온전히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문제는.

‘어째서 천마의 마공을 지금도 쓸 수 있냐는 것.’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죽음을 건너서까지 내게 묶였다면 이는 분명 저주였다.

겨우 벗어났다 싶은 상황에서 이런 엿 같은 상황으로 다시 엮일 순 없었다.

‘....우선 몸에 마기가 없다는 것에 만족하자.’

중요한 건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우선은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도련님…!”

마차 문을 확 열더니 대뜸 위설아가 뛰어와 내 손을 붙잡았다.

“어떡해…. 엉망이 돼버렸어….”

어제 위설아가 공을 들여 감싸준 손이 격한 움직임에 따라 다 풀어지고 망가져 있었다.

“도련님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보시다시피.”

“그럼 엄청나게 다쳤다는 거잖아요!”

“...아니 멀쩡하다는 의미야, 대체 어딜 다친 걸로 보이는데?”

“얼굴…!”

“뭐 인마?”

이거 지금 얼굴로 까는 건가? 지 이쁘장하게 생겼다고 나 까는 거지 지금?

위설아가 조심스럽게 내 뺨을 만진다.

“도련님, 되게 피곤해 보여요, 꼭 우리 할아버지 같아.”

“나 그렇게 노안이야?”

“도련님은 무섭게 생겼지만, 노안은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나 그냥 까는 거지?”

뒤늦게 마차에서 나온 시종이 나와 위설아를 보고 화들짝 놀라 위설아를 때어낸다.

“설아야! 도련님 얼굴을 그렇게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으갹’ 소리를 내며 위설아가 떨어졌다.

그렇게까지 깜짝 놀라 하며 떨어지면 나도 조금 상처받는데 말이지.

“도련님.”

위설아가 다른 시종에게 잡혀 끌려가고 얼마 안 가 무연이 날 불렀다.

뒤편을 보니 녹각견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마물의 가죽이나 뼈는 어느 정도 돈이 되니 저런 식으로 마경문을 닫고 난 뒤에는 마물의 시체를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는 편이었다.

“구가의 검대가 도착했다 합니다.”

“뭐? 벌써 도착했다고?”

일이 터지고 한시진도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빨라도 벌써 도착을 할 수 있나?

새로운 인기척에 확인해보니 아는 얼굴들이었다. 다름 아닌 구룡회에 나타났던 검대원들이었다.

“사검대 부대주 혁주염입니다. 구 공자님을 뵙습니다.”

구룡회에 사검대의 대주 대리로 참가했던 사내였다.

“이장로께서 보내셨습니다. 급히 뛰어왔으나 늦어버렸군요….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이장로?”

뜬금없는 양반이 튀어나왔다. 진작 출발했다 들었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의문을 표하자 혁주염이 오히려 당황한다.

“못 들으셨습니까? 이장로께서 분명 공자님과 같이 출발한다고….”

“무슨 말이지? 이장로께선 같이 안 오셨는데…?”

이 노인네는 뭘 했길래 또 상황이 이렇게 되는 거지?

‘몰래 따라오기라도 했다는 건가? 대체 왜?’

아니 그럴 거면 마경문이 열렸을 때 좀 도와주기나 하지 왜 굳이 이렇게 귀찮은 방법을 쓴 걸까.

멀리 검대원 한 명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부대주님, 녹각견들 상태가 다 깔끔합니다. 버릴 게 없는 거 같은데 어찌합니까?”

“열 한 마리 다 깔끔하다고?”

“아 두 마리는 옆구리가 뚫려있긴 했으나 심한 손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건 내가 저지른 걸 말하는 걸 테니 입을 꾹 다물었다.

“전부 가져갈 순 없으니 가죽과 뼈만 발골해서 가져간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혁주염이 말을 꺼내다 멈췄다. 내 뒤에 있던 무연과 시선을 마주친 탓이었다.

무연은 혁주염을 보며 고갤 살짝 숙이며 예를 취했다. 혁주염은 짧게 한숨을 뱉더니 말을 이었다.

“쉰다고 하기에 집에 박혀 잠이라도 자려나 했더니 어차피 결국 칼질하는 일이냐?”

아는 사인가?

혁주염의 말에 무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혁주염도 딱히 신경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적당히 하고 돌아와라, 대주께서도 네 잘못이 아니라 했잖냐.”

“...예.”

할 말만 하고 딱 끝은 혁주염은 다시 나를 보고 말했다.

“이제 남은 일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공자님께서도 이만 쉬시지요.”

혁주염이 떠나고 나는 무연을 쳐다봤다. 무연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기에 그냥 무시한 채 마차로 돌아갔다.

조금 궁금하긴 했으나 말할 일이었다면 알아서 말했으리라 생각했다.

마차에 들어가자마자 위설아가 또다시 천을 들고 달려들려 하기에 시종에게 단단히 잡고 있으라 명한 뒤 의자에 기대앉았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어렵던 생각들에 더 큰 문제들이 끼어든 느낌이었다.

“한번 똑바로 살아보길 더럽게 힘드네.”

아까 꾼 악몽 탓일까, 며칠은 잠을 설칠 것 같았다.

******************

구양천의 처소.

처소 안에는 검존과 이장로가 있었다. 검존에 손에는 이제는 익숙한 빗자루가 들려있었다.

마당을 천천히 쓸던 검존이 이장로에게 말했다.

“고맙네 구륜.”

“큼….”

검존의 말에 이장로가 헛기침을 뱉었다. 상당히 머쓱한 얼굴이었다.

“나는 딱히 한 게 없소.”

“어찌 되었든 우리 아일 위해 움직여준 게 아니겠나.”

보통 장로급이 되면 세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하물며 구룡회같은 일을 굳이 장로가 할 필요가 없었다.

이장로가 움직인 이유는 검존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우리 애들도 볼 겸 산책하러 갔던 것뿐이외다.”

이장로가 머쓱해 하며 답했다.

검존의 손녀 위설아.

이장로가 구태여 구룡회에 참석했던 이유는 위설아 때문이었다.

어차피 검존의 손녀도 궁금하긴 했으니 한 번 볼 겸 반쯤 자의로 나선 것도 있었다.

“선배에게 고마운 것도 있으니 이정도는 괜찮소.”

당장 검존이 구가에 있는 것도 놀라울 일이었지만.

가주와 검존이 처음 위설아의 안전을 부탁할 때.

이장로는 검존이 직접 가거나 아예 구룡회에 안 보내면 되지 않겠냐 했었다.

그런데도 곧장 마음을 바꾼 이유는 당시 검존의 표정 탓이었다.

무엇이 그리 무거운지 끝없이 지쳐있던 표정은, 검존이 정파의 명예를 등에 지고 중원을 활보하던 시절에도 볼 수 없던 얼굴이었다.

‘천하의 검존 조차도 심마에 드는군.’

검존과 같은 시대에 활동했기에 그가 이렇게 된 것이 참 아쉬웠다.

‘마냥 귀찮은 일은 아니었지만.’

이장로는 검존을 뒤로한 체 구양천을 떠올렸다.

구양천을 말하자면, 가주의 아픈 손가락이자 여러 의미로 안타까운 아이였다.

구가의 이름을 이었으나 게으르고 나태해진 천성에 자신만 보면 도망치기 일쑤며, 무의 재능도 이장로가 보기에 한참이나 부족했다.

구가의 유일한 남아가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소년.

그마저 슬슬 놓아야 하지 않나 싶을 때였다.

하지만 다시 본 구양천은 뭔가 달라져 있었다.

구염화륜공이 이성에 오른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당장 구연서만 해도 삼성이었으니.

‘하지만 심법이 가진 농도가 달랐지.’

구연서는 몸 안에 담긴 심법이 아직은 뒤죽박죽이다.

구염화륜공은 육체에 두르지 않아도 끝없이 몸 안에서 회전해야 한다.

구연서는 그 회전이 어설펐다. 속도도 일정하지 않으며 어떨 땐 거칠고 어떨 땐 빈약하다.

하물며 미숙한 상태라면 감정에도 휘둘리기 마련이다.

구연서가 부족하단 얘긴 아니었다. 그녀는 엄연히 또래보다 월등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비교 대상인 구양천이었다.

몸 안에 담은 기운은 얄팍하기 그지없었으나.

그 얕은 기운을 다루는 수준이 구연서와 확연히 달랐다.

구룡회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 속으로 얼마나 놀랐던가.

구양천의 단전에 품은 구염화륜공의 고리는 항상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구룡전의 대련에서 선을 넘은 발언으로 구양천이 분노했을 때도 몸 안의 고리는 여전히 일정한 속도와 모양을 유지했다.

이는 확연한 이해도와 능숙함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장로인 자신은 물론 가주조차 이립이 넘어서야 얻을 수 있었던 깨달음이었다.

이후 이장로는 구양천과 구연서와의 대련에서 확신을 얻었다.

‘그 아이는 자신을 숨기고 있다.’

이유는 알지 못하나 이장로는 확신했다.

생각을 정리하던 이장로에게 검존이 말했다.

“한데 구륜 자네.”

“음?”

“팽가의 아이를 반죽음 만들고 자네 아이들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던데 괜찮은가?”

“소문이 많이 와전된 거 같소만, 반죽음까진 안 만들었소.”

“...뒷 얘긴 맞다는 것이군, 괜찮겠나?”

“뭐가 말이오. 선배?”

“가주가 계속 자네를 찾고 있다는 것 같던데.”

“....”

이장로는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며칠간은 가주를 피해 다닐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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