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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에 진심인 편

컨셉에 진심인 편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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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3회 작성일 24-09-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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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네, 그렇다니까요."

"아니 그게 말이 되나?"

투니트레인 방송국 <꺄르륵 박사님!> 회의실 안.

그곳엔 지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진짜 그 깐깐한 양반이 아역 하나 데리고 오고 있다고?"

"그렇다니까요?"

"오디션은?"

"그냥 그 자리에서 얼굴 보고 냅다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같이 오고 있다는데요?"

"아니 그게 무슨!"

충격적인 보고가 AD, 조연출의 귀에 꽂혔고.

그 사실을 들은 CP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영모 PD가 능력이 출중한 건 알겠지만 이건 선을 넘은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디션도 안 보고 얘를 꽂아?

가뜩이나 여러 로비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프로그램에?

"당장 돌려 보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아무리 애들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게 진짜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쾅!

CP가 책상을 내려치자 모두가 움찔했다.

"우리가 아무리 열세라 해도 이건 안 되는 일이야! 방송국 좁다? 이거 소문 나면! 어?! 어떻게 할 거야!"

"근데... 잘 되면 어떻게 하죠?"

예로부터 큰일은 막내가 한다고 했던가.

막내 작가의 말에 CP는 다시 한 번 더 꼭지가 돌았다.

"자, 잘 뭐? 잘 돼? 뭐가 잘 돼! 아니 아예 그렇게 하는 게 안 된다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아, 아뇨 그냥... 김영모 PD 정도 되는 사람이 아무나 데려올 것 같지 않아서요."

요즘 X 세대라고 했던가?

세상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면 막내가 말대답을 하는지.

"야 너! 넌 대체 뭐하는...으음..."

끓어올랐던 감정이 차분히 식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김영모가 누구인가?

잘 나가는 방송사 이적 제의 다 때려 치고, 역사에 남을 어린이 프로그램 만들겠다고 남은 놈이다.

언제까지 해외 애니 수입만 할 거냐면서.

우리나라의 정서를 100% 담은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피 나올 정도로 소리치는 놈이다.

그런 놈이 오디션도 없이 애를 하나 데려온다?

그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 흠, 혜미야."

"네."

"영모 어디래?"

"지금 주차 끝나서 올라오는 중이래요."

"엘베?"

"네."

"알았어."

그래, 얼굴이라도 보자.

대체 무슨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지라도 보고 판단하자.

'화는 그때 내도 안 늦어.'

CP는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후 엘리베이터 근처에 앉아 김영모를 기다렸다.

B3.

B2.

B1.

엘리베이터 층수가 높아질 때마다 다리의 진동이 거세진다.

천사와 악마가 옆에서 계속 몸을 식혔다 끓었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띵!

기다림의 보답하듯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역시 영모야! 너만한 인재가 또 없다!"

그 안의 소년을 확인한 CP는 활짝 웃었다.

역시 김영모 PD가 일을 잘해!

기가 막혀!

+++++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이건 요리 할 때와 똑같았다.

'출연자가 제일 중요하지.'

재료가 좋으면 뭘 어떻게 연출해도 끝내주게 뽑아진다.

유기농 채소를 가득 넣으면, 맛있는 샐러드가 탄생하는 건 당연하듯 말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연출 감독은 지금 굉장히 즐거웠다.

'어디서 저런 애가 나왔지?'

어린 아이의 옷을 가성비 있게 입기 위해 살짝 커다란 티셔츠.

여러 번 접어서 김밥처럼 뚱뚱해진 바지 밑단.

딱 봐도 꽤 오랜 시간 신고, 빨아서 헤져 있는 운동화까지.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동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다섯살 꼬마였다.

근데.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

다섯살 이목구비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오똑한 콧날, 또렷한 눈매, 별빛을 넣은 것처럼 빛나는 눈동자.

아담하고 귀여운 입술 등등.

꽤 오랜 시간 어린이 프로그램을 찍어왔지만 단언컨대 최고였다.

어쩌면 앞으로도 저런 외모는 없을 지도 모른단 생각까지 들 정도다.

게다가.

가장 놀라운 점은 5살치고 굉장히 침착하단 편이었다.

보통 낯선 환경에서 엄마와 같이 있다 떨어지면 울 법도 한데.

"...심심하면 내가 손 잡고 있어줄까?"

"땀 나."

"나, 나 땀 많이 나?"

"그 소리가 아니잖아. 그냥... 그래 뭐 얌전히 옆에 있어."

"응!"

오히려 베테랑 아역인 김수진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대화만 놓고 보면 오빠와 여동생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마침 빈 자리 하나가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있나.'

아역 배우에게 가장 큰 적은 컨디션이다.

노동법도 그런데, 애초에 애들 체력이 노는 거 말고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는가.

툭하면 몸살 나기 십상이다.

게다가 오늘은 팀전 게임이라 그런지 그 빈 자리가 유독 컸었는데.

저렇게 완벽한 대타가 생겼으니 걱정도 없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연출 감독만이 아니었다.

"원래 이런 자리까지 네, 일반적이진 않은데. 저희가 좀 작은 방송사라."

"아, 네네..."

김영모 PD의 머리를 뜯을 생각으로 가득 찼던 허상석 CP.

그는 지금 입꼬리가 귀에 걸린 상태로 면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저희 촬영이 어떤 식으로 진행 되냐면..."

허상석 CP는 소년의 엄마인 이유현에게 열과 성을 다해 설명을 시작했다.

촬영 방식과 시간 그리고 출연료가 어떻게 지급 되는지 등.

여러 가지 설명을 하면서도 허상석은 소년, 아니 김동후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놈이 왔네.'

흔히 배우들이 잘생김을 연기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외모가 특출 나지 않아도 매력으로 모든 걸 씹어 삼키는 경우.

그런 배우들은 종종 진짜 잘생긴 배우보다 인기가 많을 때도 있었다.

근데.

'저건 못 이긴다.'

차세대를 이끌 미남의 기준을 목격한 기분이다.

고작 5살짜리를 너무 과도하게 취급하고 있는 거 아니냐 물을 수도 있었지만.

'이건 내 감이야.'

수도 없이 많은 아역 배우들이 성장하는 걸 본 허상석만의 직감이 강하게 외쳤다.

무조건 잡으라고, 오늘 땜빵 출연이 아닌 고정 출연으로 만들라고.

그래서 허상석은 신인 아역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출연료를 꽤 높게 불렀다.

얼마나 높게 불렀냐면 데려온 김영모가 입을 떡- 벌릴 정도로.

근데.

"그건 저희 애가 결정할 문제여서요."

이유현은 아이의 앞길을 멋대로 선택하는 부모가 되기 싫었기에.

모든 선택을 동후한테 맡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동후야 안녕, 난 허상석이라고 해."

"안녕하세요."

꾸벅 배꼽 인사.

나이도 어린데 이렇게 예의까지 바르다니.

얼굴과 인성이 비례하는 희귀한 케이스였다.

"혹시 <꺄르륵 박사님!> 프로그램 아니?"

"네, 자주 보기도 하고, 오늘 출연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허상석은 이유현과 대화가 끝나자마자 곧장 김동후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5살짜리 구워 삶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꺄르륵 박사님!>은 어린 아이들한텐 거의 종교였으니.

허상석은 자신의 낚시가 무조건 성공할 거라 믿었다.

"그래? 그럼 자주 출연해 보는 건 어떻게 생각해?"

"자주요?"

"그래, 너만 원한다면 꺄르륵 박사님이랑 매주 만나서 놀 수 있어!"

보통 신인 아역 배우는 여기서 전부 게임이 끝난다.

그들에게 우상이자 연예인이나 다름 없는 꺄르륵 박사님과 매주 논다?

이걸 거절하는 어린애는 세상천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 근데 그건 오늘 하는 거 보고 결정할게요."

"그치? 그럼 아저씨가 다음 주에 일정, 뭐, 어? 응? 다시 한 번 말해줄래?"

허상석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근데 그건 옆에 있는 김영모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는 거 보구요, 일단 해보고 생각해도 안 늦잖아요, 그쵸."

"어, 어 그렇지."

얘가 뭐 이렇게 똑부러져.

허상석과 김영모는 서로를 쳐다보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

이 놈 이거 보통 아니다.

+++++

다섯 살부터 시작 하는 2회차 인생.

특전이 그대로 온 것까지 알게 됐을 때 난 궁금했다.

'내 특전은 어디까지 적용 될까?'

특전은 총 세 가지.

모두의 이상형이 되는 천의 얼굴.

모든 걸 잘하는 천의 재능.

인생이 쉽게 잘 풀리는 탄탄대로.

이것들이 맞물리면 과연 어떤 시너지가 나올 것인가.

그걸 확인하기 위한 어린이 프로그램 진출이었다.

원래라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것만.

이렇게 빠르게 돼서 속도감에 당황했지만 괜찮았다.

'그나저나 촬영 시작 1시간 전인데, 아직 아무도 안 보이네.'

아역 계의 거장 김수진이 떡 하니 있는데.

그 밑에 있는 애들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다니.

'기강이 해이하구만.'

기합 한 번 싹 넣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새로운 애가 왔네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그..., 엔터 쪽에서 얘 하나 온다고 했던 게 혹시..."

"그러게요, 생긴 것만 보면..."

"어머, 엄청 잘생겼네."

"근데 마스크가 처음 보는 마스큰데요?"

다섯의 아역 배우와 그 뒤에 든든한 호위 기사처럼 붙어 있는 엄마 다섯.

흡사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드가자~ 를 연상케 하는 등장에 괜히 긴장이 됐다.

'우리 엄마 완전 밀리겠는데?'

아역 배우를 위해 처음부터 투자를 시작한 엄마들과.

방금 막 하루 휴가를 내고 부리나케 달려온 우리 엄마.

이 사이엔 엄청난 전투력 차이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기싸움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한 시간 동안 벌어질 참극이 그려지려는 순간.

"네가 우리 수진이를 그렇게 울린다는... 동후구나."

그들의 뒤에서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모델 워킹을 연상케하는 우아한 걸음걸이.

또각거리는 하이힐이 천천히 방송국 복도를 울리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단순히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함이 아닌.

재력을 보여주기 위한 펄 코트는 기사들이 입는 판금 갑옷 같았고.

목걸이와 귀걸이의 보석은 컸으며.

선글라스 테 부분엔 금이 박혀 있었다.

'어?'

그 순간 난 그녀가 누군지 바로 깨달았다.

'그래, 맞아 김수진이 왜 어렸을 때부터 아역 배우가 됐는지 이제 알았어.'

그리고 왜 탑스타가 됐는지도 알았다.

김수진은 타고난 유전자가 달랐다.

선수 출신 부모 밑에서 운동 신경이 뛰어난 아이가 태어나듯.

그녀 또한 똑같은 원리로 엄청난 배우 수저를 물었다.

한때 국민 여배우로서 티비를 씹어 먹었던 여왕.

김유련.

그런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이었다.

"얼마나 잘생겼길래, 우리 딸이 맨날 그렇게 우는지 궁금했는데..."

확실히 그렇게 생기긴 했구나.

고혹적으로 웃은 그녀는 부드럽게 날 지나쳐 김수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안녕하세요, 수진이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어, 어, 어 어, 어?"

우리 엄마는 바로 고장 났다.

하긴 나 같아도 고장 나지.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여러 일이 닥쳤으니.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우리 엄마의 고장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근데 그걸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진 않단 말이지.'

이럴 땐 이목을 끌 필요가 있었고.

난 그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야, 너 사실 땀 많이 나."

"어, 어?"

"냄새 난다고."

"..읏,으...아, 아닌데...우에에에엥!"

김수진이 곧바로 울기 시작했고.

주변 시선은 나랑 김수진에게 쏠렸다.

성능 확실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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