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에 진심인 편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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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못 생겼다.
얼마나 못 생겼냐면.
"야, 미안한데 가까이 안 오면 안 돼?"
이 말을 들은 건 5살 때 어린이집에서였고.
"으아아아아앙! 선생님, 저 동후랑 짝궁하기 싫어요!"
옆자리에 앉기 싫다고 여자애가 운 건 6살 때 유치원이었으며.
"십새야 가까이 오지마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초등학교 1학년 땐 가까이 갔다는 이유로 목숨의 위협을 받았었다.
중학교 땐 눈이 마주쳤단 이유로 여자애가 울었고.
고등학교 땐 자연스레 무리에 섞이지 못 하고 소외됐다.
대학교? 말할 것도 없다.
'이해가 돼.'
스스로가 보기에도 추악하기 그지 없는 외모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뻐한다던데, 나에게 그런 건 없었다.
자존감은 낮을 대로 낮아졌고, 그로 인해 점점 난 위축 됐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소위 관리라는 걸 위해 운동을 하기도 했었고, 다양한 취미 활동도 익혔었다.
'근데 그러면 뭐 하냐고.'
결국 첫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굴이었다.
혐오감을 들게 하는 이목구비는 그 누구도 좋게 봐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깨달았다.
'내 외모는 진짜 답이 없구나.'
생긴 걸로 개그를 하는 외모 비하 개그? 그것도 호감 있게 못 생겨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보자마자 불쾌감이 드는데 어떻게 사람을 웃긴단 말인가.
마주치자마자 건너편 사람이 미간을 찌푸린 경험이 있는가?
나에겐 있었다.
모든 순간이 외모로부터 감점을 받고 들어갔고.
항상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으로 치닫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뭐가 문제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난 인터넷을 켰다.
외모를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오직 자판기 앞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세계.
타다다닥, 위이이이잉.
게임을 켜자마자 로딩 창으로 인해 화면이 잠깐 검해지고.
그 틈으로 비친 얼굴이 보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단어가 생각나지도 않는다.
성형 수술을 고려 해본 적도 있었지만 견적이 말도 안 됐다.
20대 속에서 흐르고 있는 나이에 어떻게 몇억을 모으겠는가.
게다가 얼굴 전체를 깎아야 하다니-.
'그건 너무 무섭잖아.'
이럴 땐 그냥 게임이나 하는 게 맞았다.
'새로운 캐릭터나 키워볼까.'
내가 주로 하는 게임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캐릭터였다.
여기서 만큼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심스 - 리얼 라이프]는 최고의 게임이었다.
주인공의 외모부터 시작해 배경까지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플레이 한 시간만 따지만 5만 시간.
[심스 - 리얼 라이프]는 내 인생이나 다름 없었다.
'오늘은 어떤 인생을 살아볼까.'
화면에선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자연스레 뜬 네 개의 선택지.
[1. 초호화스러운 재벌 3세의 삶]
[2. 적당하게 물고 태어난 은수저의 삶]
[3. 아무것도 없지만 마이너스도 없는 삶]
[4. 찢어지게 가난하여 독 밖에 없는 나날]
여기서 평소라면 늘 1번을 선택 했었다.
치트 모드를 쓰고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오늘따라 색다르게 하고 싶었다.
3번.
현재 가정 환경과 가장 비슷한 집.
그걸 선택하자 곧장 커스터마이징 화면이 나왔다.
배경 다음으로 결정하는 건 바로 외모.
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재능의 폭이 달라진다.
"무조건 최고로."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며, 비율 그리고 근육 모양까지 완벽한 수준으로.
이목구비는 말할 것도 없으며, 살도 잘 찌지 않고, 머리도 빠지지 않는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모두 좋아할 외모.
수없이 반복한 커스터마이징 실력은 내 캐릭터를 신이 조각한 것처럼 만들었다.
게다가 여기에.
[매력이 최대치로 설정 됩니다.]
[신체 능력이 최대치로 설정 됩니다.]
[특전 '천의 얼굴'을 습득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당신의 외모를 이상형과 비슷하게 취급합니다.]
[특전 '천의 재능'을 습득합니다. 하는 것마다 모든 것이 쉽고, 가볍게 습득합니다.]
[특전 '탄탄대로'를 습득합니다. 인생이 쉽게 풀립니다.]
고인물 특전으로 개사기 특성만 쪽쪽 빨아 먹는 것까지!
원래라면 잘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가뜩이나 배경이 좋은데 특전까지 하면 너무 사기적이니까.
근데 오늘은 왠지 게임에 더더욱 이입이 되는 날이었다.
뭔가 이 캐릭터가 내 인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커스터마이징과 특전 선택을 끝내자마자 바로 다음 화면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평범과 거리가 먼 존재였습니다.]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란 건 기본이었으며, 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허나 그런 재능은 평범한 가정으로 인해 꽃 피우진 못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재능은 언제든지 만개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 재능을 언제부터 꽃 피우시겠습니까?]
[0. 유아기]
[1. 유년기]
[2. 소년기]
[3. 청년기]
[4. 중년기]
[5. 노년기]
여기부터가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지점을 선택할 것인지부터 게임 스타트 지점이 나뉘게 되는데.
뒤로 갈수록 앞의 이야기들은 지금과 같은 선택지로 대체 되는 식이었다.
보통이라면 귀찮은 부분들을 스킵하기 위해 청년기를 선택했겠지만-.
'오늘따라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네.'
[0.유아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완전 게임 초반부터 이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캐릭터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름은 당연히 김동후.
내 이름이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럼 다른 인생이 아닌 내 인생 같으니까.
'한 번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이대로 플레이 하시겠습니까?]
망설임 없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
+++++
쭈뼛쭈뼛.
슬슬 유치원을 졸업할 나이 다섯 살.
뒤늦게 온 한파를 견디기 위해 틀어진 난방기로 유치원이 후끈후끈한 가운데.
"야, 미안한데 조금만 더 가까이 붙으면 안 돼?"
"왜? 지금도 충분히 가깝잖아."
"아, 아니 그게 그냥... 같이 붙어있으면 따듯하고 좋잖아."
"그래? 난 더운 거 싫은데."
"...알겠어 그 대신 더 떨어지진 마."
"어, 그래."
한 소녀가 소년과 밀착하려다가 실패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묘하게 새초롬한 얼굴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프라이드가 보였다.
"내가 그래도 아역 배우잖아, 나한테 좀 잘 보여주면 안 돼?"
"내가 왜?"
"...이익...이...우아아아아앙!"
홧김에 다시 한 번 말을 걸었으나 처참하게 거절 당한 후.
소녀는 급기야 눈물을 터트렸고.
"어우, 동후야 여자애 좀 그만 울려라."
이젠 질린다는 표정을 한 유치원 선생님이 소녀를 끌어안고 달래줬다.
"벌써 그렇게 여자애 울리면 어떻게 해."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잖아요."
"그렇긴 해도, 수진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참."
유치원 선생님은 동후라 불린 남자애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생겼지?'
오랜 기간 유치원 선생님을 하면서 이렇게 잘생긴 애는 처음 봤다.
막말로 현재 현역으로 나가 있는 아역 배우를 다 씹어 먹을 수준.
그 콧대 높은 아역 배우, 김수진이 쩔쩔매는 이유가 다 있었다.
게다가 문제는 이거 하나가 아니었다.
"야, 울지마, 시끄러워."
"어, 어?"
"손 잡아 줄 테니까 떽떽 거리지 말라고."
"...훌쩍, 킁, 흠...응... 선생님 내려주세요. 동후랑 손 잡고 싶어요."
"그, 그럴래?"
여섯살이라고 볼 수 없는 저 강한 수컷의 기질.
채찍과 당근을 교묘하게 섞는 화법이 말도 안 됐다.
당장 수진이도 울음을 뚝 그치고 손 잡았다고 웃고 있지 않은가.
적당히 잘생기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 상황이지만.
인생을 길게 살아온 사람의 감은 붉은색 경고등을 마구마구 분출했다.
'얘가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럴까.'
저 외모에, 말재주 그리고 만능으로 보이는 기질까지.
무지개 유치원에서 어쩌면 엄청난 무언가가 배출 되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인생이 리셋 됐다.
'이게 말이 돼?'
그냥 리셋이 아닌 [심스 - 더 리얼 라이프]를 기반으로 한 리셋이었다.
한 가지를 빼고 모든 게 똑같았다.
'내 얼굴.'
혼신의 커스터마이징과 여러 특전을 때려 박은 내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 됐다.
비단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외모와 분위기 같은 것들이 180도 변했다.
그렇게 되자 주변의 태도 또한 바뀌었다.
한 번도 내 편을 든 적 없던 유치원 선생님은.
여전히 내 편은 아니었지만 그 태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렇게 된 걸까.
인생이 되돌아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뭐지? 땅 사기? 비트 코인? 주식?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섯 살이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아빠, 곧 있을 월드컵, 한국이 4강까지 갈 것 같아요.
집에 가서 월드컵 신화 토토를 아빠한테 추천하는 정도.
이걸 한 번만 말하는 게 아니라 할 때까지 꾸준히 말하는 게 포인트였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주입을 시켜 놔야 내 말을 들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걸로 목돈 좀 만지는 게 좋지.'
애초에 회귀 했다고 해서 여타 주인공들처럼 수십억을 버는 재주는 없었다.
그 사람들은 준비 된 상태였고, 난 그냥 냅다 리셋 한 거였으니.
'그래도 내 인생은 바꿀 수 있다.'
어린이 집부터 시작해서 내가 게임을 했던 그때까지.
수 없이 노력을 했던 나에게 부족했던 단 한 가지, 외모.
그게 채워지면 난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걸 확인할 나날이 기대됐다.
그리고 그걸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손 이따가 또 잡아주면 안 돼?"
"내가 왜?"
아역 배우 김수진과 두터운 연을 만드는 거였다.
얼마나 못 생겼냐면.
"야, 미안한데 가까이 안 오면 안 돼?"
이 말을 들은 건 5살 때 어린이집에서였고.
"으아아아아앙! 선생님, 저 동후랑 짝궁하기 싫어요!"
옆자리에 앉기 싫다고 여자애가 운 건 6살 때 유치원이었으며.
"십새야 가까이 오지마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초등학교 1학년 땐 가까이 갔다는 이유로 목숨의 위협을 받았었다.
중학교 땐 눈이 마주쳤단 이유로 여자애가 울었고.
고등학교 땐 자연스레 무리에 섞이지 못 하고 소외됐다.
대학교? 말할 것도 없다.
'이해가 돼.'
스스로가 보기에도 추악하기 그지 없는 외모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뻐한다던데, 나에게 그런 건 없었다.
자존감은 낮을 대로 낮아졌고, 그로 인해 점점 난 위축 됐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소위 관리라는 걸 위해 운동을 하기도 했었고, 다양한 취미 활동도 익혔었다.
'근데 그러면 뭐 하냐고.'
결국 첫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굴이었다.
혐오감을 들게 하는 이목구비는 그 누구도 좋게 봐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깨달았다.
'내 외모는 진짜 답이 없구나.'
생긴 걸로 개그를 하는 외모 비하 개그? 그것도 호감 있게 못 생겨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보자마자 불쾌감이 드는데 어떻게 사람을 웃긴단 말인가.
마주치자마자 건너편 사람이 미간을 찌푸린 경험이 있는가?
나에겐 있었다.
모든 순간이 외모로부터 감점을 받고 들어갔고.
항상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으로 치닫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뭐가 문제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난 인터넷을 켰다.
외모를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오직 자판기 앞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세계.
타다다닥, 위이이이잉.
게임을 켜자마자 로딩 창으로 인해 화면이 잠깐 검해지고.
그 틈으로 비친 얼굴이 보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단어가 생각나지도 않는다.
성형 수술을 고려 해본 적도 있었지만 견적이 말도 안 됐다.
20대 속에서 흐르고 있는 나이에 어떻게 몇억을 모으겠는가.
게다가 얼굴 전체를 깎아야 하다니-.
'그건 너무 무섭잖아.'
이럴 땐 그냥 게임이나 하는 게 맞았다.
'새로운 캐릭터나 키워볼까.'
내가 주로 하는 게임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캐릭터였다.
여기서 만큼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심스 - 리얼 라이프]는 최고의 게임이었다.
주인공의 외모부터 시작해 배경까지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플레이 한 시간만 따지만 5만 시간.
[심스 - 리얼 라이프]는 내 인생이나 다름 없었다.
'오늘은 어떤 인생을 살아볼까.'
화면에선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자연스레 뜬 네 개의 선택지.
[1. 초호화스러운 재벌 3세의 삶]
[2. 적당하게 물고 태어난 은수저의 삶]
[3. 아무것도 없지만 마이너스도 없는 삶]
[4. 찢어지게 가난하여 독 밖에 없는 나날]
여기서 평소라면 늘 1번을 선택 했었다.
치트 모드를 쓰고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오늘따라 색다르게 하고 싶었다.
3번.
현재 가정 환경과 가장 비슷한 집.
그걸 선택하자 곧장 커스터마이징 화면이 나왔다.
배경 다음으로 결정하는 건 바로 외모.
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재능의 폭이 달라진다.
"무조건 최고로."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며, 비율 그리고 근육 모양까지 완벽한 수준으로.
이목구비는 말할 것도 없으며, 살도 잘 찌지 않고, 머리도 빠지지 않는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모두 좋아할 외모.
수없이 반복한 커스터마이징 실력은 내 캐릭터를 신이 조각한 것처럼 만들었다.
게다가 여기에.
[매력이 최대치로 설정 됩니다.]
[신체 능력이 최대치로 설정 됩니다.]
[특전 '천의 얼굴'을 습득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당신의 외모를 이상형과 비슷하게 취급합니다.]
[특전 '천의 재능'을 습득합니다. 하는 것마다 모든 것이 쉽고, 가볍게 습득합니다.]
[특전 '탄탄대로'를 습득합니다. 인생이 쉽게 풀립니다.]
고인물 특전으로 개사기 특성만 쪽쪽 빨아 먹는 것까지!
원래라면 잘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가뜩이나 배경이 좋은데 특전까지 하면 너무 사기적이니까.
근데 오늘은 왠지 게임에 더더욱 이입이 되는 날이었다.
뭔가 이 캐릭터가 내 인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커스터마이징과 특전 선택을 끝내자마자 바로 다음 화면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평범과 거리가 먼 존재였습니다.]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란 건 기본이었으며, 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허나 그런 재능은 평범한 가정으로 인해 꽃 피우진 못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재능은 언제든지 만개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 재능을 언제부터 꽃 피우시겠습니까?]
[0. 유아기]
[1. 유년기]
[2. 소년기]
[3. 청년기]
[4. 중년기]
[5. 노년기]
여기부터가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지점을 선택할 것인지부터 게임 스타트 지점이 나뉘게 되는데.
뒤로 갈수록 앞의 이야기들은 지금과 같은 선택지로 대체 되는 식이었다.
보통이라면 귀찮은 부분들을 스킵하기 위해 청년기를 선택했겠지만-.
'오늘따라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네.'
[0.유아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완전 게임 초반부터 이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캐릭터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름은 당연히 김동후.
내 이름이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럼 다른 인생이 아닌 내 인생 같으니까.
'한 번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이대로 플레이 하시겠습니까?]
망설임 없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
+++++
쭈뼛쭈뼛.
슬슬 유치원을 졸업할 나이 다섯 살.
뒤늦게 온 한파를 견디기 위해 틀어진 난방기로 유치원이 후끈후끈한 가운데.
"야, 미안한데 조금만 더 가까이 붙으면 안 돼?"
"왜? 지금도 충분히 가깝잖아."
"아, 아니 그게 그냥... 같이 붙어있으면 따듯하고 좋잖아."
"그래? 난 더운 거 싫은데."
"...알겠어 그 대신 더 떨어지진 마."
"어, 그래."
한 소녀가 소년과 밀착하려다가 실패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묘하게 새초롬한 얼굴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프라이드가 보였다.
"내가 그래도 아역 배우잖아, 나한테 좀 잘 보여주면 안 돼?"
"내가 왜?"
"...이익...이...우아아아아앙!"
홧김에 다시 한 번 말을 걸었으나 처참하게 거절 당한 후.
소녀는 급기야 눈물을 터트렸고.
"어우, 동후야 여자애 좀 그만 울려라."
이젠 질린다는 표정을 한 유치원 선생님이 소녀를 끌어안고 달래줬다.
"벌써 그렇게 여자애 울리면 어떻게 해."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잖아요."
"그렇긴 해도, 수진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참."
유치원 선생님은 동후라 불린 남자애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생겼지?'
오랜 기간 유치원 선생님을 하면서 이렇게 잘생긴 애는 처음 봤다.
막말로 현재 현역으로 나가 있는 아역 배우를 다 씹어 먹을 수준.
그 콧대 높은 아역 배우, 김수진이 쩔쩔매는 이유가 다 있었다.
게다가 문제는 이거 하나가 아니었다.
"야, 울지마, 시끄러워."
"어, 어?"
"손 잡아 줄 테니까 떽떽 거리지 말라고."
"...훌쩍, 킁, 흠...응... 선생님 내려주세요. 동후랑 손 잡고 싶어요."
"그, 그럴래?"
여섯살이라고 볼 수 없는 저 강한 수컷의 기질.
채찍과 당근을 교묘하게 섞는 화법이 말도 안 됐다.
당장 수진이도 울음을 뚝 그치고 손 잡았다고 웃고 있지 않은가.
적당히 잘생기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 상황이지만.
인생을 길게 살아온 사람의 감은 붉은색 경고등을 마구마구 분출했다.
'얘가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럴까.'
저 외모에, 말재주 그리고 만능으로 보이는 기질까지.
무지개 유치원에서 어쩌면 엄청난 무언가가 배출 되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인생이 리셋 됐다.
'이게 말이 돼?'
그냥 리셋이 아닌 [심스 - 더 리얼 라이프]를 기반으로 한 리셋이었다.
한 가지를 빼고 모든 게 똑같았다.
'내 얼굴.'
혼신의 커스터마이징과 여러 특전을 때려 박은 내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 됐다.
비단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외모와 분위기 같은 것들이 180도 변했다.
그렇게 되자 주변의 태도 또한 바뀌었다.
한 번도 내 편을 든 적 없던 유치원 선생님은.
여전히 내 편은 아니었지만 그 태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렇게 된 걸까.
인생이 되돌아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뭐지? 땅 사기? 비트 코인? 주식?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섯 살이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아빠, 곧 있을 월드컵, 한국이 4강까지 갈 것 같아요.
집에 가서 월드컵 신화 토토를 아빠한테 추천하는 정도.
이걸 한 번만 말하는 게 아니라 할 때까지 꾸준히 말하는 게 포인트였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주입을 시켜 놔야 내 말을 들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걸로 목돈 좀 만지는 게 좋지.'
애초에 회귀 했다고 해서 여타 주인공들처럼 수십억을 버는 재주는 없었다.
그 사람들은 준비 된 상태였고, 난 그냥 냅다 리셋 한 거였으니.
'그래도 내 인생은 바꿀 수 있다.'
어린이 집부터 시작해서 내가 게임을 했던 그때까지.
수 없이 노력을 했던 나에게 부족했던 단 한 가지, 외모.
그게 채워지면 난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걸 확인할 나날이 기대됐다.
그리고 그걸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손 이따가 또 잡아주면 안 돼?"
"내가 왜?"
아역 배우 김수진과 두터운 연을 만드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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