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에 진심인 편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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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9-20 18:42 조회 341 댓글 0본문
아역 배우 김수진.
5살 유치원 때 만난 옆자리 짝궁으로.
회귀 전엔 옆에 붙어 있는 것만 해도 끔찍하게 날 싫어했던 소녀다.
'그땐 충격이긴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이해가 됐었지.'
아이들은 낯을 가리지 않는다.
'낯짝'을 가린다.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무엇이 좋게 생겼는지 아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귀 전 나는 정말 끔찍한 편이었을거다.
'지금은 다르지.'
거울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외모를 내가 가지게 되다니.
잘생기면 굳이 유머 감각을 키울 필요가 없다.
그냥 얼굴이 웃기니까.
그 증거가 바로 눈 앞에 있는 김수진이었다.
히죽히죽.
아무 말 없이 옆에서 내 얼굴을 보며 웃고 있는 김수진.
다섯살부터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동후야 너 진짜 잘생겼다."
확실히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가린다.
"알아."
내가 내 얼굴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전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여자는커녕 사람한테도 제대로 말하기 힘들어야 정상이지만.
여러 특전이 날 언변의 귀재로 만든 것이다.
"난, 난 어때?"
"너? 너 뭐."
"...나도 예쁘냐고."
"별로."
"뭐? 어떻게 그런 말을.... 우에에에에에엥!"
"동후야... 또또또... 또...! 제발 여자애 좀 울리지 말아줘."
수진이가 울자마자 잽싸게 선생님이 다가와 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근데 어쩔 수 없었다.
'안 예쁜 건 사실이니까.'
지금 수진이는 예쁘기보단 귀여운 편이었다.
그러다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성숙미를 펼치더니, 차세대 탑배우로 자리 잡는다.
오죽하면 인생 업적 중 하나가 다섯 살 때 김수진과 같은 유치원 동창이었을까.
"근데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건 생각해봤어?"
"오디션 한 번 보라는 거?"
"응! 너 진짜 대박 엄청 잘할 것 같아!"
"한 번 생각해볼게."
회귀 전이었다면 절대 없었을 전개였다.
특출나게 잘생겼다는 이유로, 김수진은 어린이 프로그램 PD한테 날 적극 추천 했고.
조만간 있을 오디션에 정식으로 신청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아역 배우는 한 번 해볼만 하지.'
근데 우리 집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맞벌이 집안에서 아역 배우가 나온다는 건, 외벌이가 된다는 소리다.
부모의 케어가 없는 아역 배우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게 존재한다 해도 매니저가 빠르게 붙어야 하는데-.
'난 완전 쌩초짜니까 그런 게 붙을 리 없지.'
때문에 이건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그러지 말고 오늘 끝나고 한 번 만나면 안 돼? 오늘 나 데리러 와주신다고 했단 말이야."
"그 PD라는 사람이 널?"
"응!"
이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나?
사실 김수진의 일대기는 잘 모른다.
5살 때 같은 유치원이었고 나중에 보니 탑스타가 됐다는 것 정도.
근데 그 성공의 전조가 5살 때부터였다니.
떡잎부터 완전 달랐다.
"그럼 나 부모님한테 전화 좀 해보고."
"응!"
전화 해본다는 걸 긍정의 의미로 받았는지.
수진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방긋방긋 웃었다.
예전에는 붙어 있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던 여자애가 이러고 웃고 있다니.
참 잘생기고 볼 일이다.
+++++
어린이 프로그램 <꺄르륵 박사님!>은 어린이 채널 '투니트레인'에서 만든 터줏대감이다.
수많은 애니 속에서 굳건하게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 같은 존재로.
꺄르륵 박사님이라는 메인 MC와 여러 아역이 나와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이 프로가 반응이 좋은 이유는 아역들이 다 선남선녀이기 때문이다.
딱 봐도 유망주가 될 것 같은 아이들을 모아 둔 집단.
당연히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찬란한 재능을 펼치고 있는 게 바로.
"수진아 왔어?"
"네!"
김수진이었다.
곧 있으면 유치원을 졸업할 나이 밖에 안 됐음에도, 연기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눈물 연기는 기본.
감정을 바꾸는 것과 숨기는 것에 능한 천재 중의 천재.
아직 날아오를 작품을 못 만나서 그렇지 바람만 분다면 모든 걸 먹어 치울 태풍이었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꺄르륵 박사님!>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었다.
근데 그런 수진이가 최근 들어 꾸준하게 부탁하는 게 있었으니-.
"오늘 진짜 봐주시는 거 맞죠?"
"그래그래, 내가 꼭 봐주마."
바로바로 어느 한 아이의 오디션을 봐달란 거였다.
'한 자리가 비긴 하는데.'
<꺄르륵 박사님!> PD 김영모는 벙거지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고민을 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꺄르륵 박사님!>은 인기가 많은 만큼 수많은 로비 유혹이 존재했다.
'우리 애 좀 넣어주면 안 되냐'부터 '내가 누구누구인데 무슨 누구랑 어떤 사이이니 우리 애 좀 봐줘라'까지.
심지어 꽤 커다란 곳에서 입김을 분 적도 있었다.
허나 그때마다 김영모는 모조리 거절했다.
<꺄르륵 박사님!>에서 중요한 건 무조건 유명하고, 선남선녀여서 넣는 게 아닌.
김영모만의 철학 아래 조율해서 인원 편성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오디션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데.
'수진이가 이런 부탁하는 건 처음이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최소 시청률 6%를 넘게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의 보물 김수진의 부탁을 완강하게 거절할 순 없었다.
'어차피 적당히 봐주고 넘기면 되겠지.'
한참 소꿉놀이 하면서 결혼이니, 사랑하는 사이니 뭐니 할 때 아닌가.
지금 이렇게 누굴 좋아하는 감정도 치기 어린 마음일 게 분명했다.
"진짜! 진짜! 엄청 잘생겼어요!"
"어우, 이제 귀에 딱지가 생기겠어."
아빠랑 결혼할래! 라는 말을 할 나이 아닌가.
"근데 그 친구는 언제 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거 맞아?"
"아... 그 부모님이랑 통화가 길어지나봐요."
혹시라도 안 오면 어쩌지.
김수진의 이마엔 그렇게 써져 있었다.
'걔가 뭐라고 이렇게 안절부절 못 할까?'
<꺄르륵 박사님!>에서도 남자 아역들이 그렇게 뭘 하자 해도 꿈쩍도 안 하던 공주가.
그거 조금 안 오고 있다고 불안해하다니.
'요즘 애들은 첫사랑도 빠르네.'
김영모는 수진이의 걱정을 덜기 위해 푸근하게 웃어줬다.
이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미소.
'유치원 정문 앞에서 벤을 세우고 있는 게 웃기긴 하-.'
벌떡!
생각을 하던 것도 멈추고 김영모는 벤에서 벌떡 일어났다.
덜컥덜컥.
잠겨 있는 문을 급하게 열고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너, 너! 이, 이름이 뭐니?"
처음 봤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라니.
그냥 단순하게 잘생겼다고 표현하는 게 비하일 정도.
혼자서 얼굴에 빛이 나는 어린 아이가 실존하긴 했구나.
김영모는 이 순간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잘생긴 어린 아이와의 만남은 기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수밖-.
"어, 동후야!"
그때 등 뒤에서 수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머리 회전이 빠른 김영모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으며, 곧장 결론을 내놓았다.
"합격."
"네?"
"혹시 나도 부모님이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
+++++
김동후의 부모님은 지극히 소시민이었다.
큰 욕심 없이 안정적인 삶을 우선시하며, 이상보단 현실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사람들.
그런 부모님에게 오디션이란 마른 하늘에 벼락 같은 소리였다.
"네?! 저, 저희 애가요?"
-네네, 그 동후가 이미 허락은 받았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직접 다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 자, 잠시만요."
-네네 어머님, 급한 거 하나도 없으니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김동후 모 이유현.
그녀는 평생을 반짝임과 관계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우리 애는 다르다.'
자기 자식 예쁘게 보는 건 만국공통이다.
근데 그걸 감안해도 자신의 아들은 굉장히 잘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순간이 언젠가 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5살 때부터일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애아빠랑 상담을 해봐야 하나?
그러다가 문득 이유현은 눈을 번뜩였다.
'아냐, 이것도 다 경험이다.'
형편이 못 돼서 이것저것 못 해주는 마당에.
이런 기회까지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가 그럼 직접 좀 그 현장을 가서 볼 수 있을까요?"
문제는 사기꾼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동행 하는 게 맞았다.
'동후가 전화 했을 때만 해도 그냥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스케일이 커졌으나 상관 없었다.
오랜 기간 근무한 이유현에겐 갑작스레 하루를 쉴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
-당연하죠 어머님, 혹시 계신 곳을 알 수 있을까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아 그럼 여기가 어디냐면..."
아들의 빛을 찾아주러.
이유현이 간다.
+++++
'뭐가 이렇게 빨라?'
연예계를 아무리 잘 몰라도 지금 상황이 이상하단 건 알 수 있었다.
전화 두 통에 엄마가 직장을 하루 쉬고, 처음 만난 PD는 엄마를 모시고 방송국으로 가고 있다.
'그냥 이렇게 막 출연해도 되는 거야?'
<꺄르륵 박사님!>같은 유명한 프로그램에 낙하산처럼 꽂혔다.
PD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강행군으로 밀고 있는 걸까.
'아니 근데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커스터마이징만 하루 반나절을 쓰긴 했다.
내가 봐도 가장 잘 만들긴 했었고.
근데 그게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 지까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엄청 잘생겨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좀 어리둥절한 것도 있었다.
5살짜리 여자애 울리는 것과 지금 일어나는 일은 차원이 달랐으니 말이다.
덜컹.
벤이 과속방지턱을 지나 살짝 붕 뜨자.
꼬옥.
엄마가 옆에서 내 손을 꼭 잡는 게 느껴진다.
살짝 떨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엄마 이땐 젊었네.'
묘한 감상에 빠지다가 괜히 울컥스러운 마음이 들어 창 밖을 쳐다봤다.
김수진과 두터운 연 하나 쌓자는 계획이 벌써 날 방송국 앞까지 데려오다니.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나 이러다가 스타 되는 거 아냐?
5살 유치원 때 만난 옆자리 짝궁으로.
회귀 전엔 옆에 붙어 있는 것만 해도 끔찍하게 날 싫어했던 소녀다.
'그땐 충격이긴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이해가 됐었지.'
아이들은 낯을 가리지 않는다.
'낯짝'을 가린다.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무엇이 좋게 생겼는지 아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귀 전 나는 정말 끔찍한 편이었을거다.
'지금은 다르지.'
거울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외모를 내가 가지게 되다니.
잘생기면 굳이 유머 감각을 키울 필요가 없다.
그냥 얼굴이 웃기니까.
그 증거가 바로 눈 앞에 있는 김수진이었다.
히죽히죽.
아무 말 없이 옆에서 내 얼굴을 보며 웃고 있는 김수진.
다섯살부터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동후야 너 진짜 잘생겼다."
확실히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가린다.
"알아."
내가 내 얼굴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전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여자는커녕 사람한테도 제대로 말하기 힘들어야 정상이지만.
여러 특전이 날 언변의 귀재로 만든 것이다.
"난, 난 어때?"
"너? 너 뭐."
"...나도 예쁘냐고."
"별로."
"뭐? 어떻게 그런 말을.... 우에에에에에엥!"
"동후야... 또또또... 또...! 제발 여자애 좀 울리지 말아줘."
수진이가 울자마자 잽싸게 선생님이 다가와 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근데 어쩔 수 없었다.
'안 예쁜 건 사실이니까.'
지금 수진이는 예쁘기보단 귀여운 편이었다.
그러다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성숙미를 펼치더니, 차세대 탑배우로 자리 잡는다.
오죽하면 인생 업적 중 하나가 다섯 살 때 김수진과 같은 유치원 동창이었을까.
"근데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건 생각해봤어?"
"오디션 한 번 보라는 거?"
"응! 너 진짜 대박 엄청 잘할 것 같아!"
"한 번 생각해볼게."
회귀 전이었다면 절대 없었을 전개였다.
특출나게 잘생겼다는 이유로, 김수진은 어린이 프로그램 PD한테 날 적극 추천 했고.
조만간 있을 오디션에 정식으로 신청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아역 배우는 한 번 해볼만 하지.'
근데 우리 집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맞벌이 집안에서 아역 배우가 나온다는 건, 외벌이가 된다는 소리다.
부모의 케어가 없는 아역 배우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게 존재한다 해도 매니저가 빠르게 붙어야 하는데-.
'난 완전 쌩초짜니까 그런 게 붙을 리 없지.'
때문에 이건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그러지 말고 오늘 끝나고 한 번 만나면 안 돼? 오늘 나 데리러 와주신다고 했단 말이야."
"그 PD라는 사람이 널?"
"응!"
이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나?
사실 김수진의 일대기는 잘 모른다.
5살 때 같은 유치원이었고 나중에 보니 탑스타가 됐다는 것 정도.
근데 그 성공의 전조가 5살 때부터였다니.
떡잎부터 완전 달랐다.
"그럼 나 부모님한테 전화 좀 해보고."
"응!"
전화 해본다는 걸 긍정의 의미로 받았는지.
수진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방긋방긋 웃었다.
예전에는 붙어 있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던 여자애가 이러고 웃고 있다니.
참 잘생기고 볼 일이다.
+++++
어린이 프로그램 <꺄르륵 박사님!>은 어린이 채널 '투니트레인'에서 만든 터줏대감이다.
수많은 애니 속에서 굳건하게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 같은 존재로.
꺄르륵 박사님이라는 메인 MC와 여러 아역이 나와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이 프로가 반응이 좋은 이유는 아역들이 다 선남선녀이기 때문이다.
딱 봐도 유망주가 될 것 같은 아이들을 모아 둔 집단.
당연히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찬란한 재능을 펼치고 있는 게 바로.
"수진아 왔어?"
"네!"
김수진이었다.
곧 있으면 유치원을 졸업할 나이 밖에 안 됐음에도, 연기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눈물 연기는 기본.
감정을 바꾸는 것과 숨기는 것에 능한 천재 중의 천재.
아직 날아오를 작품을 못 만나서 그렇지 바람만 분다면 모든 걸 먹어 치울 태풍이었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꺄르륵 박사님!>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었다.
근데 그런 수진이가 최근 들어 꾸준하게 부탁하는 게 있었으니-.
"오늘 진짜 봐주시는 거 맞죠?"
"그래그래, 내가 꼭 봐주마."
바로바로 어느 한 아이의 오디션을 봐달란 거였다.
'한 자리가 비긴 하는데.'
<꺄르륵 박사님!> PD 김영모는 벙거지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고민을 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꺄르륵 박사님!>은 인기가 많은 만큼 수많은 로비 유혹이 존재했다.
'우리 애 좀 넣어주면 안 되냐'부터 '내가 누구누구인데 무슨 누구랑 어떤 사이이니 우리 애 좀 봐줘라'까지.
심지어 꽤 커다란 곳에서 입김을 분 적도 있었다.
허나 그때마다 김영모는 모조리 거절했다.
<꺄르륵 박사님!>에서 중요한 건 무조건 유명하고, 선남선녀여서 넣는 게 아닌.
김영모만의 철학 아래 조율해서 인원 편성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오디션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데.
'수진이가 이런 부탁하는 건 처음이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최소 시청률 6%를 넘게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의 보물 김수진의 부탁을 완강하게 거절할 순 없었다.
'어차피 적당히 봐주고 넘기면 되겠지.'
한참 소꿉놀이 하면서 결혼이니, 사랑하는 사이니 뭐니 할 때 아닌가.
지금 이렇게 누굴 좋아하는 감정도 치기 어린 마음일 게 분명했다.
"진짜! 진짜! 엄청 잘생겼어요!"
"어우, 이제 귀에 딱지가 생기겠어."
아빠랑 결혼할래! 라는 말을 할 나이 아닌가.
"근데 그 친구는 언제 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거 맞아?"
"아... 그 부모님이랑 통화가 길어지나봐요."
혹시라도 안 오면 어쩌지.
김수진의 이마엔 그렇게 써져 있었다.
'걔가 뭐라고 이렇게 안절부절 못 할까?'
<꺄르륵 박사님!>에서도 남자 아역들이 그렇게 뭘 하자 해도 꿈쩍도 안 하던 공주가.
그거 조금 안 오고 있다고 불안해하다니.
'요즘 애들은 첫사랑도 빠르네.'
김영모는 수진이의 걱정을 덜기 위해 푸근하게 웃어줬다.
이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미소.
'유치원 정문 앞에서 벤을 세우고 있는 게 웃기긴 하-.'
벌떡!
생각을 하던 것도 멈추고 김영모는 벤에서 벌떡 일어났다.
덜컥덜컥.
잠겨 있는 문을 급하게 열고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너, 너! 이, 이름이 뭐니?"
처음 봤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라니.
그냥 단순하게 잘생겼다고 표현하는 게 비하일 정도.
혼자서 얼굴에 빛이 나는 어린 아이가 실존하긴 했구나.
김영모는 이 순간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잘생긴 어린 아이와의 만남은 기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수밖-.
"어, 동후야!"
그때 등 뒤에서 수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머리 회전이 빠른 김영모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으며, 곧장 결론을 내놓았다.
"합격."
"네?"
"혹시 나도 부모님이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
+++++
김동후의 부모님은 지극히 소시민이었다.
큰 욕심 없이 안정적인 삶을 우선시하며, 이상보단 현실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사람들.
그런 부모님에게 오디션이란 마른 하늘에 벼락 같은 소리였다.
"네?! 저, 저희 애가요?"
-네네, 그 동후가 이미 허락은 받았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직접 다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 자, 잠시만요."
-네네 어머님, 급한 거 하나도 없으니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김동후 모 이유현.
그녀는 평생을 반짝임과 관계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우리 애는 다르다.'
자기 자식 예쁘게 보는 건 만국공통이다.
근데 그걸 감안해도 자신의 아들은 굉장히 잘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순간이 언젠가 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5살 때부터일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애아빠랑 상담을 해봐야 하나?
그러다가 문득 이유현은 눈을 번뜩였다.
'아냐, 이것도 다 경험이다.'
형편이 못 돼서 이것저것 못 해주는 마당에.
이런 기회까지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가 그럼 직접 좀 그 현장을 가서 볼 수 있을까요?"
문제는 사기꾼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동행 하는 게 맞았다.
'동후가 전화 했을 때만 해도 그냥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스케일이 커졌으나 상관 없었다.
오랜 기간 근무한 이유현에겐 갑작스레 하루를 쉴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
-당연하죠 어머님, 혹시 계신 곳을 알 수 있을까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아 그럼 여기가 어디냐면..."
아들의 빛을 찾아주러.
이유현이 간다.
+++++
'뭐가 이렇게 빨라?'
연예계를 아무리 잘 몰라도 지금 상황이 이상하단 건 알 수 있었다.
전화 두 통에 엄마가 직장을 하루 쉬고, 처음 만난 PD는 엄마를 모시고 방송국으로 가고 있다.
'그냥 이렇게 막 출연해도 되는 거야?'
<꺄르륵 박사님!>같은 유명한 프로그램에 낙하산처럼 꽂혔다.
PD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강행군으로 밀고 있는 걸까.
'아니 근데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커스터마이징만 하루 반나절을 쓰긴 했다.
내가 봐도 가장 잘 만들긴 했었고.
근데 그게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 지까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엄청 잘생겨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좀 어리둥절한 것도 있었다.
5살짜리 여자애 울리는 것과 지금 일어나는 일은 차원이 달랐으니 말이다.
덜컹.
벤이 과속방지턱을 지나 살짝 붕 뜨자.
꼬옥.
엄마가 옆에서 내 손을 꼭 잡는 게 느껴진다.
살짝 떨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엄마 이땐 젊었네.'
묘한 감상에 빠지다가 괜히 울컥스러운 마음이 들어 창 밖을 쳐다봤다.
김수진과 두터운 연 하나 쌓자는 계획이 벌써 날 방송국 앞까지 데려오다니.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나 이러다가 스타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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